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격앙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로 몰려갔다. 경찰은 앞서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의식한 듯 삼엄한 경비 태세를 이어갔다.
19일 저녁 헌법재판소 인근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 윤 대통령 지지자 800명 가량(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헌재를 향해 “헌재 중립”, “평화 자유 승리”,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맨 앞에서 집회를 이끌어가던 한 참가자는 확성기를 헌재 방향으로 돌리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서부지법, 특히 헌법재판소는 똑똑히 들어라. 당신들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중립적인 탄핵 심판하라”라며 위협적인 말투로 소리쳤다. 이에 지지자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경찰은 오염됐다. 북한과 중국을 지키는 인민 경찰 최고다”, “돈 내놔라 내 세금 아깝다”며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폭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경찰의 헌재 경비 태세는 삼엄했다. 경찰은 대형버스 30여대와 미니버스 10여대로 헌재 앞 도로를 미음(ㅁ)자로 둘러싸고 전면 통제했다. 지지자들이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할 것을 대비해 헌재 담벼락 위에서 시위 인원을 주시하는 경찰도 여럿 배치됐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시위자들에게 ‘미신고 집회’라는 점을 알리며 자제를 요청했으나 지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과 야유를 보냈다. 경찰이 “주말에 인근 주민들이 교통불편과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방송하자 지지자들은 “불법 경찰”을 연호했고 경찰이 다시 “불법은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받아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헌재 앞에서는 저녁 6시 기준 담을 넘어 헌재 경내로 진입한 남성 1명 등 총 3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 정봉비 기자 / bee@hani.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