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혁과 이민호가 새해 첫 드라마로 희비가 교차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그동안 주력한 장르와 캐릭터에서 벗어나 나란히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준혁은 설레는 사랑 이야기로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잇는 반면 이민호는 시청률 1%대의 충격에 빠졌다.
이준혁은 한지민과 함께 하는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극본 지은‧연출 함준호)를 통해 데뷔 이후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동안 범죄 액션과 스릴러 등 무거운 장르에 몰두하다가 오랜만에 로맨스에 도전하면서 감춰왔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반응은 시청률 상승으로 즉각 나타난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비서와 일 빼고는 허술한 회사의 대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준혁과 한지민이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그려지면서 시청률도 고공행진이다. 가장 최근 방송한 17과 18일 시청률이 각각 10.7%, 11.4%(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불과 3주 전인 지난 3일 시청률 5.2%로 출발한 기록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 폭이 눈에 띈다.
반면 이민호가 공효진과 주연한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향‧연출 박신우)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하락해 급기야 18일 방송에서 1.8%까지 하락했다. 올해 방송가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대작이자,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 우주가 배경이고 무엇보다 공효진과 이민호라는 톱스타의 투톱 주연까지 ‘흥행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시청률 1%대라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 4일 기대 속에 출발한 ‘별들에게 물어봐’는 재벌가의 2세 탄생을 위해 우주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야 하는 비밀 임무를 품고 우주로 간 산부인과 의사와 우주정거장을 이끄는 여성 캡틴이 여러 위기 속에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다. 무중력 로맨틱 코미디를 내세워 주목받았지만 1, 2회 방송 직후 시청자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이후 3, 4회에서 연이어 2%대의 시청률에 머무르다가 결국 1%대까지 하락했다. 이민호가 신인 때인 2009년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출연작으로 1%대의 시청률 성적표를 받기는 처음이다. ‘시청률 불패’의 아이콘 공효진도 아픈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 ‘로코’ 공식 비튼 시도…엇갈린 평가는 ‘공감대’
‘나의 완벽한 비서’와 ‘별들에게 물어봐’는 그동안 반복해 봐 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비틀고 차별화를 시도한 드라마들이다. 남녀 주인공의 관계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회적인 지위나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상황을 이끄는 주도권을 쥔 주인공은 주로 남자가 맡았지만 이번 드라마들은 다르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회사를 이끄는 리더로 한지민, 그를 완벽하게 보필하는 비서로 이준혁을 내세웠다.
이는 ‘별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서숙향 작가가 집필해 사랑받은 드라마 ‘파스타’부터 ‘질투의 화신’까지 여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극중 상황에서 변화와 갈등을 만드는 주도권은 남자 주인공이 갖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바꿨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커맨더 이브는 우주 정거장의 책임자이자, 모든 대원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다. 반면 700억원을 지불한 관광객으로 우주 정거장에 입성한 이민호는 매사 서툴고 감정 표현에도 허둥대는 어설픈 모습으로 이브만 바라본다.
소재를 달리하면서도 익숙한 ‘로코 공식’을 비튼 이들 두 작품이 희비가 엇갈린 데는 시청자와 얼마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느냐에서 갈리고 있다.
‘나의 완벽한 비서’의 배경은 직장인들의 치열한 이직 작전을 주도하는 헤드헌팅 회사다.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최적의 조건으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과 비밀스러운 전략을 주도하는 헤드헌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치열한 공간에서 이준혁과 한지민의 사랑이 피어난다. 현실 판타지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혼하고 혼자 어린 딸을 키우는 이준혁은 딸의 심리 치료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고 육아 휴직을 했고 결국 딸을 완벽하게 기르고 있다. ‘잘생기고 다정한 아빠’로 집밥까지 정갈하게 차리는 모습에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낯선 세계 우주를 배경으로 택한 ‘별들에게 물어봐’는 현실과 다소 동 떨이진 이야기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기획으로 평가받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우주 정거장에 머무는 주인공들은 무중력의 상태에서 여러 제약을 받는다. 극한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몰두하는 일이 지구에서 몰래 숨겨 갖고 간 난자와 찌그러진 정자를 수정하고, 이를 무사히 들고 지구로 돌아와 재벌가 며느리의 몸에 착상시키는 작업이다. 우주에선 난임 등 지구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어려운 과제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을,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풀어내는 시도가 새롭지만 문제는 소재와 장르가 적절하게 어우러지지 않으면서 공감대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인기는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반등의 기회가 절실하다. 시청률 1%대의 충격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