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각) 발표할 ‘행정명령’이 100건에 달할 전망이다.
19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1호 행정명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비자 등 서류를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전면적으로 막는 동시에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기 위한 조치가 행정명령 우선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정부가 불법이민 관련 구체적 조처에 앞서 우선 남부 국경 상황 등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이는 서류 없이 미국에 입국한 사람이 망명 등을 신청하면 이민법원에서의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금하지 않고 미국 공동체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캐치 앤 릴리즈’(catch and release)의 종식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선순위 추방 대상을 선정할 때 유죄 판결뿐 아니라 관련 정황과 사실관계를 따지도록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하는 것도 첫날 행정명령에 포함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
관세와 관련한 조치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승리 후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2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른바 ‘보편적 관세’와 관련된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CNN의 보도도 최근 나온 바 있어 첫날 발표될 조치에 포함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난 우리의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한 행정명령이 첫날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첫 행정명령에 포함될 조치 중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화석 에너지원 개발 확대를 통한 에너지 자립 관련 내용이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서양과 태평양, 멕시코만 등에서 한반도 면적(22만3617㎢)의 약 11배에 달하는 해역에 걸쳐 신규 원유·가스 시추를 금지한다고 지난 6일 발표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첫날 이를 뒤집는 일과 관련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이 확정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백지화하고,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공장의 승인을 재개하는 일과 관련한 행정명령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정책과 연결되는 환경 정책과 관련한 초미의 관심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파리 기후협약에서 미국을 또다시 탈퇴시킬지 여부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취임 5개월 만인 2017년 6월에 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2020년 11월에 탈퇴가 공식 발효됐는데 이는 바이든 현 대통령에 의해 뒤집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신청서에 서명했으며, 이에 따라 그다음 달에 재가입이 발효됐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작년 대선 국면에서 친(親)가상화폐 기조를 표방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 규제 완화를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 포함할 가능성도 크다. 또 보수-진보의 이른바 ‘문화전쟁’ 이슈와 관련해서는 군 내 ‘워크’(woke·진보 어젠다, 문화를 통칭하는 말) 문화를 맹비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미군 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배제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바 있어 역시 첫날 발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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