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이달 23일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해 증인신문을 시작한다. 양측은 두 번째 변론기일부터 3시간 이상에 걸쳐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12·3 계엄 사태가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 양 측 주장이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증인 신문과 증거 심리가 향후 판결 선고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3일 제 4차 변론기일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기일을 진행하며, 신문은 2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첫 증인 신문이다.
헌재는 2차 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이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초 재판부는 23일엔 국회 측이 요청한 증인인 조지호 경찰청장과 곽종근 육수특수전사령관을 심문하기로 했으나, 윤 대통령 대리인 측은 김 전 장관 신문 기일을 앞당겨달라고 거듭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헌재는 17일 오전 재판관 8인이 모두 참석한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같은 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피청구인 측에서 증인 신문을 먼저 요청했고, 오늘 평의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답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총 5명 가운데 현재까지 2명을 채택했다. 17일 평의 이후 추가로 채택된 증인은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이다. 이외 헌재는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과 2020년 4.15 선거 당시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증인 신청 허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다.
|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비상시국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20년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재판부에 설명했다. 당시 일부 유튜브 및 언론에선 중국인들이 입국해 수원에 있는 선관위 연수원에 머물며 21대 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헌재는 이러한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 조회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들이 사실조회를 요구한 자료에는 2020년 총선과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선거연수원에 체류한 중국 국적 사무원 명단을 포함돼 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공개된 자필 편지와 헌법재판소 답변서에도 부정선거 관련 주장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자필 편지에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 선거의 증거는 너무 많다”라며 “특정인을 지목해 부정 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부정 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계엄 당시 군 병력을 투입한 것 역시 부정선거를 비롯한 국정 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 측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자필 편지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 독재를 알리고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해, 그리고 부정선거 가동 시스템을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고 진상을 파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선관위는 즉시 반박 설명자료를 제시했다.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이 해킹과 조작에 무방비하다’는 주장에는 “2023년 합동 보안 컨설팅 당시 국정원이 요구한 시스템 구성도 등을 사전 제공했고,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의해킹이 진행됐다”며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전산시스템이 무방비하다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가짜 투표지에 대한 의혹도 일축했다. 과거 여러 차례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정규 투표지 외에 가짜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이다.
헌재는 2차 변론 기일에서 6~8차 변론 기일을 미리 지정했다. 기존 오후 2시부터 진행한 변론 기일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종일 진행하기로 변경했다. 사실상 심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심리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4월 퇴임을 앞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 2명의 공석이 채워지지 못할 경우 헌재는 6인 체제로 돌아간다. 결국 법조계에선 늦어도 3월 중 변론을 마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리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입장이다. 지난 기일에서 “대통령에게도 인권이 있다”, “변호인은 로봇이 아니다”라며 재판부에 주 2회 변론 기일 진행은 무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심판 쟁점이 보다 복잡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17차 변론을 거쳐 마무리됐다. 당시 두 달만에 17회 변론을 진행하기 위해 헌재는 주 3회 변론기일을 열었다.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