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체포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나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동시에 매일 한남동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지지·반대 밤샘 집회가 막을 내렸다. 작년 12월 31일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17일 만에 한남동이 ‘시위 지옥’에서 탈출한 것이다.
17일 오전 한남동 일대는 왕복 10차로 한남대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량 소리를 제외하면 소음이 없었다. 교통량은 많지 않아 차량 흐름은 원활했다. 탄핵 관련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시위대는 적으면 2개, 많게는 4개 차로를 점거해 노래를 틀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전부 한남동에서 사라지면서 집회 이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집회 인원을 통제하려 한남동 관저 중심으로 곳곳에 배치됐던 경찰 차량과 인원들도 대거 철수했다. 다만 곳곳에 아직 수거하지 않은 폴리스라인이 남아 있었고, 관저 인근에는 경찰 병력이 소수 남아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는 전부 빠졌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최소 인원은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시위는 격화됐고, 주민들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까 불안에 시달렸다. 충돌 없이 윤 대통령이 체포되자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탄핵 반대 시위 중심지였던 한남동 BMW 매장 인근에 사는 안상인(55)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집회를 하느라 잠을 못 자서 귀마개를 잔뜩 사놨는데 이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좋다”라며 “아내도 집 주변을 오갈 때마다 (시위대 때문에) 너무 불안해 했는데 지금은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탄핵 찬성 집회 장소였던 한남동 일신홀 건너편 ‘나인원한남’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시위대가 단지 안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잘 통제 좀 부탁한다는 주민들 이야기를 매일같이 들었다”라며 “어제(16일) 저녁부터 사람들이 전부 빠져서 이제 한시름 던 기분”이라고 했다.
다만 한남동 자영업자 의견은 엇갈렸다. 집회 장소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가게를 열면 밤샘 집회를 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자리를 잡고 나가질 않아 회전율이 떨어지면서 매출도 감소했다”라며 “또 가게 이용도 안 하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쓰거나 가게 주변에 쓰레기를 버려서 너무 싫었는데 이제 살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모(65)씨는 “평일 매출이 기존보다 크게 늘어서 솔직히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라며 “평소 같으면 하루 종일 장사할 수 있는 재료가 오전부터 동나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집회를 안 한다니 조금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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