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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빨리 풀어줘라”…구치소 앞 尹지지자들 체포적부심 기각에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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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빨리 풀어줘라”…구치소 앞 尹지지자들 체포적부심 기각에 ‘허탈’
[르포] “빨리 풀어줘라”…구치소 앞 尹지지자들 체포적부심 기각에 ‘허탈’

“대통령을 불법으로 체포해놓고 왜 풀어주지 않는거야!”

16일 오후 11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정문 앞은 시끌벅적했다. 보수단체 회원 등 80여 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붉은색 경광봉을 들고 윤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은 손에 ‘우리가 대통령 지킨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불법 체포 무효”, “대통령 석방” 등의 구호를 격하게 외쳤다.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진보 진영 주요 인사를 비판하는 내용도 나왔다.

이날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측이 체포적부심을 신청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몰려가 구치소 앞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체포적부심이 인용될 것을 기다리는 일부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들만 구치소 앞을 찾았다.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법으로 간 진보 진영 측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통상 집회 현장에 다수의 경찰이 배치되지만, 이날 구치소 앞에는 10여 명의 기동대 소속 경찰만이 있었다.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이 신청됐기 떄문에 분명 인용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번갈아가면서 마이크를 잡은 보수집회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 남성은 “목숨을 걸고 공산주의자와 전쟁을 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왜 체포하냐”고 외치자 곳곳에서 함성이 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20대 남성이 앞으로 나가자 “젊은 사람이 기특하다며” 환호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르포] “빨리 풀어줘라”…구치소 앞 尹지지자들 체포적부심 기각에 ‘허탈’
[르포] “빨리 풀어줘라”…구치소 앞 尹지지자들 체포적부심 기각에 ‘허탈’
내란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오후 11시 11분. 중앙지법이 윤 대통령 측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해 윤 대통령의 체포상태가 유지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분의 지지자들이 지지자의 연설을 듣느라 기각 소식을 늦게 접했다. 오후 11시 20분께 한 중년 남성이 “체포적부심 기각됐대요”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구치소 앞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지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허탈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곳곳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바닥에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의 결정을 믿기 어려운 듯 다른 지지자에게 “정말 체포적부심이 기각됐냐”, “그럼 대통령을 석방할 방법이 없는 것이냐”며 묻고 다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12월 31일부터 꾸준히 집회에 참석했다는 보수단체 지지자 60대 여성 A 씨는 “중앙지법은 서부지법과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은 사람들이었다”며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나왔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내 현장 분위기는 격양되기 시작했다. 모인 인원은 적었지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중년 여성은 구치소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국민 혈세를 빨아먹으면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대통령을 감금했다”며 “대통령에게 충성을 해야 할 경찰이 대통령을 잡아 넣는 것이 말이 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여성 또한 구치소 정문을 향해 “어디 감히 대통령을 감금하냐”며 “당장 석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체포적부심 기각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한 진보성향 유튜버와 몸싸움도 벌어졌다. 오후 11시 52분께 한 진보 유튜버가 확성기를 들고 “멧돼지 구속이다”라고 외치며 휴대전화로 구치소 정문을 촬영했다. 이에 분노한 남성 지지자 3명이 달려들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며 욕설을 내뱉었다. 경찰 5명이 와 이들을 제지하면서 소동이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이 기각되면서 당분간 보수단체 집회는 윤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 앞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한 보수 유튜버가 오전 12시 해산을 예고하면서 “내일부터는 장비를 보강해 오겠다”며 “중앙지법에 있던 분들도 모두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공지했다. 진보단체 또한 구치소 앞으로 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한편, 이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체포적부심사 심문을 진행한 뒤 윤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 판사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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