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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詩) 테마 뮤지컬 ‘어제의 시’…총칼 대신 글로 만난 독립운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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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한국의 서정시를 대표하는 김소월 시인의 걸작이 독립운동을 만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의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이하 ‘어제의 시’)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자리에는 이강선 연출, 이율구 작곡/음악감독을 비롯해 ‘사언희’ 역의 한수림, ‘이정익’ 역의 성태준, ‘박우혁’ 역의 김우혁, ‘유키치’역의 김진철, ‘한희수’ 역의 고운지, ‘김동현’ 역의 황시우, ‘독립군’ 역의 백종민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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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어제의 시’는 1923년 간토대학살을 계기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조선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로, 일제강점기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투쟁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성준 작가의 소설 ‘붉은 진달래’를 원작으로 한다.

김소월의 시를 테마로 한 최초의 작품인 ‘어제의 시’는 그의 시 9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연출은 “김소월 시인을 다룬 뮤지컬이 아직까지 없어서, 김소월 시인을 주제로 뮤지컬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의미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김소월 시인은 굉장히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는데, 그 당시 서러움을 시로 표현했던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900편 정도의 시가 실린 시집에서 가장 민족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들을 찾아보았다.”

시인의 주관적인 정서나 감동을 노래하는 서정시의 대가인 김소월의 작품은 독립운동이라는 극의 주제와 만나 다채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 연출은 극과 김소월의 서정시를 연결지은 과정을 설명했다. 

“1막에서는 김소월 시인이 갖고 있는 서정성을 주로 표현했다. 동시에 작품 안에서 시와 총칼이라는 중요한 테마가 있는데 독립운동이 꼭 총을 들고 하는 건 아니고, 정신을 담은 글과 시, 말에 대한 독립 운동도 한 부분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잘 표현하면 김소월 시인의 서정적인 시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살고 있던 당시의 민족에 관한 감성을 잘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표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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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이 감독은 시를 밑 바탕에 두고 뮤지컬 넘버를 작곡해야 하는 어렵고도 생소한 임무를 수행해야했다. 그는 “작곡가로서 여러 방면의 일을 해봤는데 시를 갖고 작곡하는 건 가곡을 만든다거나, 성악가들의 작품을 만들 때 사용했었다”면서, “뮤지컬에서 시를 가지고 곡을 만든다는게 쉽지는 않았다”고 작품의 시행착오를 전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는 배우들의 서사 전개가 있고, 캐릭터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것에 시를 접목해서 가야 했다. 또 시는 함축적인 단어들이 있으니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곡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랑 같이 연습하면서 다시금 어원을 찾아보고, 뜻을 알아보면서 공부했다. 다행히 연출님과 작가님이 서사 안에 잘 접목될 수 있는 시를 잘 채택해 주셔서 그 안에서 자유롭게 지을 수 있었다.”

황시우는 영화 ‘하얼빈’, 뮤지컬 ‘영웅’ 등 매체와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독립운동 소재의 창작물이 이미 존재하는 가운데, ‘어제의 시’만의 가진 차별점으로 “무장 투쟁이 아닌 문학으로 독립운동을 해보려 했던 청년들의 모습”을 언급했다. 또 김소월의 시를 뮤지컬로 보여주는 방식도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시와 음악을 통해 공연을 보여드리는 만큼 김소월 시인의 시를 어떤 식으로 보여드리는지에 대한 포인트도 있을 것 같다. 시라는 것 자체가 운율을 담고 있지 않나. 그 운율이 음악을 만났을 때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독립이라는 소재와 만났을 때 무장이 아닌 문학으로서 어떻게 전달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보여질 것인지가 저희 공연의 다른 점이지 않을까 싶다.”

‘어제의 시’의 인물들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모양의 청년들로 이루어져있다. 그중 한국계 일본인인 ‘사언희’는 반역죄로 수감된 부친을 살리기 위해 일본 측 비밀 경찰이 되어 신문사 ‘먼데이 경성’에 위장 잠입하는 인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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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한수린은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1시간 50분이라는 공연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관계가 나오는 데 이걸 어떻게 다르게 그리면서 같은 인물이라는 한 줄기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마지막에 부르는 「선택」이라는 넘버를 부르기까지의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야구선수를 꿈꿨지만, 일본인들의 방해로 포기하고 ‘먼데이 경성’의 기자가 된 ‘김동현’ 역을 맡은 한시우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꿈을 펼 수 없었던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그 시대의 아픔을 잘 전달해 드려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1막에서 밝고 엉뚱한 모습이 나오는데 그런 모습에서 이 청년이 순수하게 꿈을 쫓고 사랑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모습들을 잘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고운지는 재즈바 ‘모던시티’의 가수이자, 신문사 ‘먼데이 경성’의 직원으로 낮과 밤이 다른 생활을 이어가는 ‘한희수 역을 맡았다. 그는 “노래를 사랑하고 열정이 가득한 친구이지만 작품 속 시대적인 특성상 아픔을 갖고 있고, 이 아픔을 통해 현수도 가족을 잃고 그로 인해 꿈만을 쫓을 수 없는 현실에 놓여져있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시대의 아픔 속에 꿈을 잃은 희생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희수가 희생자가 아닌 꿈과 현실을 모두 갖고 있는, 시대와 싸워 나가는 강인한 인물로 보여지길 원한다. 밤에 재즈바에서 노래하고, 낮에 신문사에서 기자에서 일하는 것 모두가 희수만의 싸워 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외적으로는 밝고 명랑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의 아픔과 고민들도 관객분들이 같이 찾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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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재즈바 ‘모던시티’의 사장으로 돈과 쾌락을 추구하는 모던보이 같지만, 일본 경찰들의 고문에 의해 죽은 동생 우진의 복수를 계획하는 ‘박우혁’ 역을 맡은 김우혁은 작품을 위해 탐구한 경성의 모던보이에 대해 언급했다.

“1930년대 당시 모던 보이들이 유행 따르기를 좋아하고 연애나 노름을 좋아하는 쾌락적인 모습과 상충하는 절망, 갈등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고, 우혁에게는 관동대학살에 연루된 동생 우진을 잃은 사건이 독립, 광복의 의미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순간들을 통해 어떻게 독립과 광복에 힘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먼데이 경성을 차리고 사람을 모으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조선 청년들을 탄압하는 일본 경찰 ‘유키치’는 영국 유학 당시 문학을 전공한 과거로 이들과 공통점을 갖고 간다는 점에서 개성이 더해졌다.

해당 역을 맡은 김진철은 “한때 문화를 사랑했던 자신의 과거와 현실에서는 제국 주의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굉장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자신이 품었던 이상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며 유키치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의 시가 너무 좋아서 눈과 마음, 손이 가지만 그 시가 갖고 있는 무서운 힘을 알기 때문에 유키치가 선택한 모든 것들과, 그가 어떤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받길 바랐다. 또 단순히 악역으로 보이는 인물이 아니라, 그가 가진 모순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를 통해서 시대와 인간의 복잡성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악역이지만 한때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전달되길 바라면서 연기하고 있다.”

극 중 ‘하얀 달’, 즉 ‘소월’로 활약하는 ‘이정익’ 역을 맡은 성태준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와 결을 같이하는 말을 남겼다.

“저는 말과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 굳건히 믿고 있다. 저희 주변만 보더라도 말 한마디, 좋은 글귀 하나에 인생이 변하지 않나.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정도로 힘이 대단하다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그리고 그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는 정말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는 오는 26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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