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치유농장에서도 몸과 마음이 힐링될까?

더농부 2025.01.17 조회수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01]

치유농업과 IT의 만남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메타버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디지털 트윈 등의 개념이 등장하며 관련 산업 또한 발전하고 있다. 한편, 치유농업에 관한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공동연구과제(충남대·서울대·(주)나모웹비즈 참여)를 통해 최근 수요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치유농업을 가상현실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가상치유농장’ 시스템을 개발, 적용을 추진 중이다.

알콜중독,치매,자폐증까지 농업으로 치유

‘치유’와 함께 사용하는 용어인 ‘힐링(Healing)’의 사전적 의미는 치료로도 해석되나 현재 트렌드에서 말하는 힐링은 우리말의 치유에 가깝다. 국어사전에 치료는 상처나 증상을 다스리는 행위 즉, 의료기술이 동원된 의학의 영역이다. 반면, 치유는 치료를 통해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며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에 관여하는 요법 등을 담은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를 이용해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치유농업은 기존의 농촌체험관광에서 치유 기능을 강조·발전시킨 개념으로, 대상고객의 범위를 좁게는 심리치료가 필요한 알콜 중독, 치매, 자폐증, ADHD, 비행청소년 등에서 넓게는 어린이, 청소년, 도시민을 대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메마른 정서 등의 심리적 상처치료, 심리적 안정감 회복까지로 개념을 확대할 수 있다. 농업 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하는데, 본질적으로는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농업의 활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치유농업의 범위는 채소와 꽃 등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과 농촌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 목적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의료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있다. 일반 농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의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가상현실(VR)의 개념과 동향

가상현실(VR)은 디지털 기술의 혁신으로 탄생한 몰입형 환경이다. 코로나19의 발병, 확산으로 인해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신기술들과 함께 등장한 개념이다. 2023년 이후로는 VR/AR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기술이 활용되면서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으며, 햅틱 기술 발전에 따라 보다 현실감 있는 VR/AR 단말기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Meta, Apple, Google 등 글로벌 IT 대기업을 비롯한 삼성 등 국내 기업들도 VR/A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VR/AR 시장은 2023년 32억 달러(약 44조 원)을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404억 달러(약 5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초기에는 군사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의료, 교육, 오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 기술은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VR 기술의 농업 분야에서의 활용 현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품목별 ICT 시장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의 급성장한 VR/AR/MR의 주요 수요처는 교육, 의료, 제조, 항공우주, 그리고 농업 분야로 나타났다.

VR을 농업 분야에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면, 호주의 이니셔티브인 팜VR(FarmVR)은 농업 산업에서 직원 교육, 생물 보안 및 안전을 위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가축, 유제품 투어와 농장 체험 등 가상투어를 개발하기도 하며 초등-중등생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케플린(Queppelin)이라는 인도의 회사는 농업 장비에 대한 종합적인 VR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제 농업 시나리오에 대한 몰입형 교육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날씨, 토양 유형 및 기계 조건을 다루며, 농업 부문의 학습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드론 시스템 내 원격 제어 VR 헤드셋을 결합하여 현장 모니터링, 살충제 살포 및 수분 공정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고화질 실시간 피드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여 농장과 가축 감시를 강화한다.

농업 분야 VR 기술 활용의 이점

VR, AR과 같은 메타버스 기술은 농부들에게 작물과 농업 조건에 대한 자세한 통찰력을 제공하여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농업 관행을 유도한다. 특히 AR은 데이터 수집, 시각화에 사용되어 생산을 최적화하고 토양과 작물 관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또한 VR 시뮬레이션은 제어된 환경에서 실험, 훈련을 허용하여 실제 농업과 관련된 경험을 제공한다. 아울러, 메타버스는 농부와 전문가들이 지리적 한계를 넘어 지식과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러한 글로벌 협업은 혁신적인 솔루션과 농업 관행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업의 디지털트윈은 효율적인 계획을 위해 농장의 가상 복제물을 만든다. 이 기술은 농부들이 새로운 장비가 농장 운영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화하고, 다양한 수확 전략을 시뮬레이션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촉진할 수 있게 한다.

가상치유농장의 유형

가상치유농장은 현재 3종류가 개발 단계에 있다. 대상자와 목적에 따라 신체활동형, 인지자극형, 심리안정형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활동형’은 오락과 호기심을 유발하며, 사용자의 인터랙션을 극대화시키고, 향기 분사시스템의 연동을 통해 신체자극과 관련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활용된 농업·농촌 자원으로는 원예(튤립, 토마토), 축산(닭, 강아지), 미로체험, 향기 자극 등이다.

‘인지자극형’은 농업·농촌 환경에 대한 교육·정보 제공을 통한 인지자극과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가상현실의 장점을 극대화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활용된 자원으로는 (매실, 복숭아, 사과, 감귤)의 원예자원이며,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복숭아, 사과, 감귤 신품종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안정형’은 농업·농촌 자원과 사용자 인터랙션을 통해 몰입도와 치유 효과(힐링, 심리안정)를 극대화한 콘텐츠이다. 실제로 치유농장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사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반영하였으며, 감각자극과 산책길, 명상, 허브차 체험 등 치유 공간과 치유농업 활동을 활용하였다.

가상치유농장의 기대 효과

가상치유농장은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우울증으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성인들에게 새로운 치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반 노인과 우울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가상치유농장 콘텐츠의 효과를 평가한 결과, 우울 노인 집단에서 우울 점수가 유의하게 낮아졌다. 또한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거나, 농업과 자연의 중요성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