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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취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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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입양한 반려견 밤비. 그를 세상에 태어나 처음 사랑하듯 사랑하게 되면서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이쪽저쪽 동네 코스를 바꿔가며 함께 ‘킁킁’거리기, 첫 낙엽과 첫눈 같이 밟기, 계절마다 다른 노을빛 보기, 야외에서 카푸치노 한잔 마주 보며 마시기…. 조금씩 도장 깨기를 하다 보니 문득 여행이 떠올랐다. 내 소중한 취미(였)기도 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밤비를 위해 이왕이면 따뜻한 나라로 가보자고 말이다. 호기심에 유튜브 검색창에 곧장 ‘반려견과 해외여행’을 입력했다. ‘이게 될까?’ 싶은 것들이 브이로그를 100편쯤 보고, 블로그 후기를 40개쯤 읽다 보니 점차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자리 잡았다. 어느 맛집과 카페든 함께할 수 있는 펫 프렌들리 여행지 로스앤젤레스부터 오프리시가 가능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오키나와 해변, 산악 트레킹이 가능한 호주, 함께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베트남 리조트까지…. 바다를 처음 본 강아지가 하얀 모래에 몸을 맘껏 비비고, 자연의 물 냄새를 온전히 맡아보고, 개를 좀 더 다정하게 바라봐주는 사람들과 눈맞춤하는 브이로그 속의 강아지들은 참 신나 보였다. 한편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에는 꽤 많은 서류가 필요했다. 항공사마다 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동물등록증, 광견병 및 종합백신 접종증명서, 검역증명서, 건강증명서, 항체 검사증명서 등을 발급받아야 했고, 이는 최대 8개월 정도 소요됐다. 다행인지 밤비는 7kg 이하 소형견이라 비행기 동반 탑승도 가능했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조심할 것도 많고 짐이나 비용도 3배쯤 더 들지만, 너나 나나 젊을 때 한번 떠나보자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옆에서 신난 나를 지켜보던 동거인이 넌지시 말했다. “그 여행은 네가 가고 싶은 거 아냐? 가고 싶으면 밤비 두고 혼자 가거나 친구랑 가. 왜 네 욕망으로 애를 힘들게 하니?” 그 말을 듣고 소파 위에 앉은 밤비를 올려다보니 그는 따분한지 뒷발로 머리를 세차게 긁으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내가 언제 보내달라디? 산책이나 제대로 해라.” 그래. 내가 가고 싶었던 거다.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혼자 가기에는 죄책감 들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밤비에게는 통하지 않는 쓸데없는 책임감 혹은 욕심 말이다.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이 조금 피어올랐다. 밤비야, 한번 말해 보렴. 너와 같이 모래를 밟고 바다 수영을 하고 싶은 게 그렇게 이기적인 일이야? 너도 새로운 냄새를 맡고 싶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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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음속으로는 안다. 밤비는 그저 산책을 조금만 더 길게 하거나 소파 위에서 공을 던져주는 횟수만 늘려도 행복해한다. 나보다 뇌가 반쯤 작은 그가 고된 비행과 귀에 가해질 압력을 견딜 이유는 전혀 없다. 과연 밤비는 무엇을 원할까? 의식주 외에 개의 욕망은 도통 알 길이 없는데. 개의 취향과 욕망에 관한 고민은 많은 질문을 파생시켰다. 나는 개를 개로서 대하지 않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만일 ‘친구’가 아닌 그저 보호자라면 우리 사이의 거리가 얼마쯤인데? 그렇다면 애초에 이 집에 묶어두는 것 자체가 인간의 욕심 아닌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으면 재밌긴 한데, 함께 더 즐거울 순 없나? 그저 집과 산책로만 얌전히 오가면 되는 건가…. 사실 해외여행은 어쩌면 일종의 반항심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그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적힌 선 너머에서 함께하기엔 참으로 제한적인데, 그 고립된 삶에서 조금 벗어나는 상징적 행보가 되길 바랐다. 보란 듯이.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든 말든 밤비는 여전히 별로 관심 없어 보인다.

물론 정답은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집에서 밤비와 미식 여행을 떠났다. 오키나와 명물이라는 미역 우동을 강아지 식사로 만들어주니 밤비는 역시나 그게 무엇인지는 관심 없고, 그냥 호로록 뭉개서 한 번에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나 좋자고 강아지를 고생시키는 건 분명 욕심이지만, 개도 다 같은 개는 아니다. 분명 이 각각의 존재에게도 취향이라는 게 있다. 여행은 차치하고 나는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나의 취미와 밤비의 취미 그리고 취향이 맞아떨어지는, 선 밖에서 함께할 수 있는 더 많은 것을. 그 자체가 너와 함께 떠나는 긴긴 삶의 여정이니까. 밤비와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너의 취향을 물을 수 없어서 참 아쉽지만, 세상에는 분명 있을 것이다. 내 욕심과 네 욕심이 균형을 이루는 어떤 ‘재미’와 ‘도전’이. 밤비야. 아무래도 오키나와는 못 갈 것 같지만… 그래도 강릉 정도는 갈 만하지 않니?

엘르
엘르

전혜진

〈엘르〉 피처 에디터이자 반려견 밤비의 절친. 세상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굴러간다고 믿으며 모든 것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엘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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