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기관 군 투입 상황과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을 모두 증거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또 비상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관 등을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열린 2차 변론에서 국회 측에서 신청한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를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비진술 증거로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현장 상황과 계엄군의 동태가 그대로 녹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채택 사유를 밝혔다.
채택된 증거는 국회와 국회의장 공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및 관악 청사, 선거정보센터, 선거연수원 등의 CCTV 영상이다.
군은 계엄 당시 이 장소들에 병력을 투입했고, 이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국회 본청에 진입하거나 다른 출동 기관의 동태를 살피는 등 출입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아울러 헌재는 아직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일부 CCTV의 경우 심판정에서 직접 재생하는 방식으로 증거 조사를 하겠다며 이를 위해 주요 부분을 특정해달라고 국회 대리인단에 요구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선관위에 대한 사실조회도 채택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원 및 사무총장 명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시행된 2020년 총선을 전후해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 체류했던 중국 국적의 사무원 명단 등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 밖에 국가정보원·국가사이버안보센터·대통령실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17일 결정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변론이 끝난 뒤 취재진에 “선거 시스템 점검이 계엄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고 그와 관련한 증거를 많이 신청했다”며 “선관위 규칙이 법에 어긋나는 부분 등에 대한 사실조회가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가 문서로 이뤄졌는지, 국무회의록이 작성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도 헌재에 내기로 했다.
헌재는 계엄 관련 국회에서 열린 각종 회의의 회의록을 증거로 채택한 것에 윤 대통령 측이 반발해 낸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국회 회의록은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출석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된 국회의 공개된 회의장에서 언론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에 의해 검증되고 탄핵되는 절차를 거쳐 작성됐다”며 “기재 내용의 정확성,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된다”고 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이 다투고자 하는 부분이 있고 탄핵 사유 심리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인정되면 진술자에 대한 증인 신문을 통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며 “증거 채택 결정에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변론에서 김 전 장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과 조 청장은 오는 23일, 이진우·여인형 사령관 및 홍장원 전 차장은 다음 달 4일 신문할 예정이다. 증인신문 시간은 1인당 90분이 배정됐다.
이들 5명은 국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거나 주요 정치인을 체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한 이들이다.
국회 측은 이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신청한 5명이 모두 채택됐고 필요하면 추가로 신청할 예정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계엄의 선포·유지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김 전 장관의 입을 빌려 다른 증인들의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김 전 장관을 다음 달 6일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윤 대통령 측에서 그를 첫 번째 순서로 당겨달라고 요구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다른 증인들을 신문할 때 김 전 장관과 대질할 수 있도록 함께 불러달라고 헌재에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문 대행은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 6∼8차 변론을 다음 달 6일, 11일, 13일에 오전 10시부터 하루종일 열기로 했다. 기존과 같이 주 2회씩 재판하는 일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변론 일정이 무리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문 대행은 “재판부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 변경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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