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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될 때도 일 잘하는 위원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난해 8년 임기를 마칠 때 토마스 바흐 위원장님이 ‘하드 워커’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권위’ ‘무게감’ 이런 말보다 ‘정말 부지런했다’ ‘일꾼이었다’는 말을 듣도록 일 잘하는 회장으로 인정받겠습니다.”
유승민(43)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센트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임기를 앞둔 포부를 밝혔다. 유 당선인은 14일 선거에서 417표를 얻어 3선에 도전한 이기흥 현 회장(379표)을 따돌리고 ‘체육 대통령’에 당선됐다. 언론 매체 대부분의 기사에서 ‘대이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는 유 당선인은 “예측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 선거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스포츠와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선거 당일에 정견 발표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3시간을 기다리면서 유튜브 영상을 볼 정도였다”며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기에 긴장되는 게 없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대한민국 체육을 바꿀 수 있는 기적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유 당선인은 현재 체육계를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기흥 회장은 ‘전쟁’이라고 할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찰을 빚어왔고 이 과정에서 체육회는 각종 감사와 조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 올해 예산이 1000억 원 넘게 사실상 삭감돼 올해 예산이 29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2020년에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을 때가 이랬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세계선수권은 연기됐다. 가장 운 없는 회장이라는 위로도 받았었다”고 돌아봤다.
실마리를 풀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한 모양이다. 회견장에 오기 전 문체부의 유인촌 장관, 장미란 2차관을 만났다는 유 당선인은 “앞으로 유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겠다는 시원한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또 “체육회와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 체육인들의 우려도 큰 만큼 이를 말끔히 해소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도록 확실하게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기업인이나 정계 출신의 역대 회장들과 달리 경기인 출신이라는 데 우려도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는 “체육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정·재계와 관계를 두텁게 형성할 자신이 있다. 이미 기업인·정치인 분들한테서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다”며 “한국 체육이 우뚝 설 수 있게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당선인은 합숙 등 기존 선수촌 시스템에 대해서는 “엘리트 스포츠는 더 성장시켜야 하며 다만 올림픽 종목이 아닌 종목에 대한 배려, 일부 시설을 국민에 개방하는 등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무조건 해야 될 것은 학교 체육 정상화다. 선수 수급이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 학교 한 종목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클럽 활성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학교 체육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육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유 당선인은 28일 취임해 4년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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