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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악화” VS “학생에 책임 전가”…‘대학등록금 인상’ 논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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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대학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0여년간 동결을 유지해 왔던 대학등록금에 대한 인상 움직임이 대학 사이에서 관측되고 있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에 소비자 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등록금 법정 상한선도 오르면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학들은 물가 상승과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가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1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해 말 2025학년도 대학(원)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3.66%)의 1.5배인 5.49%로 확정하면서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0항에 따르면 대학(원) 등록금의 인상률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 재정의 어려움, 물가 상승, 학생 교육여건 개선 필요성 등으로 내년도 등록금 인상 유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민생의 어려움, 시국의 엄정함을 고려해 동결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국내 대학은 2009년 이래 정부 주도로 등록금을 동결 중에 있다. 정부는 국가장학금 지원 요건에 등록금 인하·동결을 포함하는 등의 재정사업을 펼쳐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등록금 동결 기조가 16년째 이어진 대학들 사이에서는 더는 인상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등록금을 올려 고물가 등으로 누적된 대학 재정 악화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는 물론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까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강대(4.85%), 국민대(4.97%), 한신대(5.3%) 등이 인상을 결정했고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전년도의 경우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가 13년 만에 최고치인 5.64%를 찍자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이 44개교(전문대 18개교 포함)였다.

대학들의 인상 움직임을 포착한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국 대학에 “2025학년도 등록금 안정화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대응에 나섰다.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서한을 통해 각 대학에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며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총리는 최근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지급 조건에서 교내장학금 조건을 완화하는 등 대학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 점을 강조했다. 당초 대학이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받으려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교내장학금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했지만 내년부터 교내장학금을 10% 줄여도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 참여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해 교육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 참여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해 교육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의 간곡한 요청에도 대학들은 우수 교원 채용의 어려움, 시설 노후화 해결과 학생들의 수업 질 향상 등을 위해서라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 8일 151개 회원 대학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대학 현안 관련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로 인한 어려움으로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및 개선’은 97.8%, ‘우수 교직원 채용 및 충원’은 96.6%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학생복지, 학사 운영 및 교육과정 개편, 대학인증평가 준비 등 대학 운영 전반에서도 80~90%가 ‘어렵다’고 여겼다.

특히 국내 대학 4곳 중 3곳이 향후 재정 상태가 더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전국 4년제 대학 14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KCUE 대학 총장 설문’ 조사·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향후 5년간 재정 상태가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대학은 105개교(75%)였다.

설립별로는 국립이, 지역별로는 비수도권대학이, 규모별로는 소규모 대학이 가장 높은 비율로 재정 악화를 우려했다.

재정 악화를 예상한 이유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증가’가 91개교(86.7%)로 가장 많았다. ‘학생모집 및 유지의 어려움’이 66개교(62.9%)로 2위였다.

반면 등록금 인상은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공립대 보다 등록금이 비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게는 부담을 더하게 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4년 대학정보공시 분석’에 따르면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 193개교의 등록금 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등록금 평균은 682만7300원이었다. 이는 전년 679만4800원 대비 0.5% 상승했다. 여기에 월세, 물가 등이 오르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 인상을 반대했다. 이화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 총학생회 등이 소속된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전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대학 본부는 학생들에게 재정 부담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며 등록금 인상 시도를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수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에도 교육부와 대학 본부, 학교 법인은 대학 재정의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의 고등교육 지원은 OECD 최하위권이다. 또한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면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방지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립대학 적립금은 11조원에 육박한다”며 “재정 책임 학생에게 떠넘기는 교욱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공동행동은 다른 대학 총학생회의 참여를 받는 한편 정부에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단국대 교육학과 이영희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학들이 지난 16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대학 내 교직원들의 임금도 그만큼 동결되는 등 대학 운영이 힘들어졌다”며 “대학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장이다 보니 대학 측에서 등록금 인상이 간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거나 등록금, 정원 등을 규제할 것이라면 보다 혁신적인 경상비 지원이 이뤄져야 대학 재정이 정상화될 수 있다”며 “다만 대학은 학생들에게 그에 맞는 합리적이고 향상된 교육을 제공 및 홍보해야 하고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을 지속·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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