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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에 금리 동결한 한은… 시장선 “2월 인하 가능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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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이로써 작년 10월부터 이어졌던 인하 행진이 잠시 중단됐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신성환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데다가,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취합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에서도 6인 전원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기준금리 3.00%로 동결… 금리 인하 숨 고르기

한국은행 금통위는 16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올려놓은 뒤 1년 7개월간 금리를 묶어뒀었다. 그러다 작년 10월 금리를 3.25%로 내렸고, 11월에는 금리를 3.0%까지 낮췄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숨 고르기에 나섰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전망이 팽팽히 맞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8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는 금리 동결을 예상했고 40%는 0.25%포인트(p) 인하를 예상했다. 동결 의견이 더 많았지만 인하 전망도 적지 않아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이번 금통위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못했다.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금리 인하의 방향성이 이미 외환시장에 반영된 점 ▲경기 둔화로 수요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은 소비 둔화와 환율 급등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을 더 고려했다”면서 “정상적인 상황보다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인하 기조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작년 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성장 하방 위험이 커져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계엄 직후 4분기 성장률이 0.5%에서 0.4%로, 작년 연간 성장률이 2.2%에서 2.1%로 내려갈 수 있다고 봤는데, 실제 경제적 타격이 더 커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전망을 취합하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도 궤를 같이했다. 금통위원 전원은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 석 달 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 금통위원의 수는 4명(작년 8월)→3명(11월)→6명(올해 1월)으로 늘었다.

◇ ‘금리 인하 사이클’ 유지한 채 속도 조절… 연내 2.25% 전망

한은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전반적인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만큼, 시장에서도 이번 결정을 ‘원포인트성’ 동결로 평가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통위원 6인 모두가 향후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에 동의했다는 점을 들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포워드 가이던스뿐 아니라 ‘당분간 인하 사이클이 지속된다’ 등 표현을 보면 다음 달 인하 시그널을 많이 줬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높은 환율을 고려한 금리 동결 결정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상승 압력은 달러 강세로 인한 것이었는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동결을 결정한 것이 환율을 얼마나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정치 리스크나 환율을 감안해, 금리를 인하하고 상황을 지켜봤어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금리 인하 기대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9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626%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5.1bp, 5.8bp 내린 연 2.723%, 연 2.802%로 마감했다. 장중 1449.8원까지 내렸던 원·달러 환율도 오후 들어 반등하면서 1456.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드러날 정책 윤곽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한은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3회 금리 인하가 단행돼, 연내에는 금리가 2.25%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이후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맞춰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 총재가 3.00% 금리가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 수준의 상단에 거의 도달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금리를 급하게 인하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조 연구원도 “1500원대 환율과 2%p의 한미 금리 차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금리 인하 속도가 지연된다면 7월까지 2.5%까지 금리가 내려가고, 이후 경기가 안 좋아지거나 연준의 금리 인하에 맞춰 연내 2.25%까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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