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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미국·유럽의 제약·바이오 클러스터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현지화가 성공의 핵심 요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지 문화에 맞게 인재를 영입하고 대우하면서 현지 관계자들과 적극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의미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임상 등 최소한의 과학 데이터를 갖춘 뒤 진출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은 연공서열 문화 때문에 파격적인 보상을 잘 용납하지 못하는데 미국 보스턴에 오면 보스턴에 맞게 인재 투자를 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보통 3년에 한 번 직장을 옮길 정도로 이직이 잦지만 그만큼 많은 보상을 줘야 데려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또한 “보스턴에 투자되는 금액이 많고 인재 풀이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인력 유치 및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 현금 보너스, 의료보험, 유급휴가(PTO), 스톡옵션 등 미국에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해 ‘우리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의학책임자(CMO) 등 ‘C레벨’ 영입에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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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업계 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네트워킹도 중요하다. 특히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의 경우 다른 클러스터들과 달리 켄달스퀘어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 인프라가 몰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노바티스, 브로드연구소 등이 도보 거리에 몰려 있어 전문가들 간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은 혁신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70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한 공유 오피스인 케임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는 주2회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 광범위한 관계 형성을 돕는다.
미국 보스턴에서 벤처캐피탈(VC) 투자 업무를 하는 스펜서 남 케이에스브이글로벌(KSV Global) 대표는 “굵직한 신약 기술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빅파마가 뭘 원하는지 파악하는 정보력”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를 붙잡고 있기보다 빅파마가 원하는 것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자기 연구를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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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의 본거지인 덴마크 메디콘밸리에 위치한 신경질환 전문 기업 콘테라파마 관계자 역시 “한국 바이오 기업이 메디콘밸리에 진출한다면 현지 대학, 연구기관 및 생명과학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협업 기회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의 콘퍼런스, 워크숍 및 이벤트에 참석해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적 요구에 맞게 당뇨병·암·신경질환 등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제약·바이오 클러스터 진출에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적절한 진출 타이밍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박 지사장은 “정답은 없지만 비임상 정도는 거쳐 사업개발(BD) 담당자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뒤에 보스턴에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렇지 않고 무작정 보스턴에 와서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생각보다 큰 비용 지출을 버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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