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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 인터뷰②] 이백순 율촌 고문 “美·中 중간 지대 머물 수 없어… 선택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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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정부가 오는 20일 공식 출범한다. 앞으로 미국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다양한 제재를 강화할 전망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국내 주요 로펌의 산업·통상 전문가 4명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트럼프 2기는 시대적인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시기다. 더는 미·중 중간 지대에서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율촌 본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는 단순한 정권 교체로 볼 수 없다. 국제 사회 전체의 룰과 게임이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고문은 외교부에서 35년을 몸담은 ‘외교통’이다. 외교부 북미국장과 인사기획관, 주미얀마 대사, 국회의장 외교특임대사, 주호주 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지난 10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율촌 제공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지난 10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율촌 제공

더 강력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귀환은 미국 주도 단극 체제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이 고문의 관측이다. 그는 “트럼프가 강조하는 ‘디커플링’, 즉 ‘경제권 분리’에 따른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유주의와 협력적 국제 질서보다 ‘각자도생’과 ‘각국 우선주의’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미 대선 과정에서부터 ‘보편 관세’를 비롯해 중국 등 각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이에 ‘제2 미·중 무역전쟁’ 발발 우려도 커졌다. 미국과 중국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이 고문은 “우리도 이에 발맞춰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다. 이제는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 고문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가 곧 출범한다. 1기 때와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 1기 때보다 미국의 위상이 더 하락했다.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더 강한 신념으로 복귀한다는 점이 국제 정세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1기 때는 소위 ‘원로 그룹’이 그의 과격한 세계관이나 정책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는데, 2기는 트럼프 충성파가 내각을 채우고 있다. 즉, 트럼프의 편향된 시각에 따른 정책이 여과 없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취임 초기부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1기 때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 트럼프에 대해 우호적인 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 3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햇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이들과 연대해 국제 경제가 서방과 반(反)서방의 2대 진영으로 분리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2기 산업 통상 정책 키워드를 꼽으면.

“관세, 일자리, 강달러를 꼽을 수 있다. 관세는 트럼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되는 통상 무기다. 모든 수입품에 10~20% 부과할 보편적 관세와 중국 등 특정국에 60% 비율로 부과하는 징벌적 관세로 나눌 수 있겠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은 트럼프의 주요 공약이었다. 관세 부과와 이민 차단 정책으로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여 미국 내 고용 창출을 압박하려는 생각이다. 또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강달러는 미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해 타국의 환율을 인상하려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미 무역수지 주요 흑자 국가인 한국도 관세 폭탄에서 안전할 수 없을 것 같다.

“트럼프 2기에는 미국의 국익이 걸릴 때 동맹국의 이익은 안중에 없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더 심해질 것이다. 우리도 절대 안전 지역에 있지 않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관점에서 8번째로 큰 무역적자를 안겨준 나라다. 한국도 보편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미국산 원유를 더 많이 도입하는 방식 등으로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트럼프가 정말 보편 관세를 부과할까. 보편 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FTA가 ‘미국 일자리를 뺏어가는 나쁜 협정’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이를 위배하는 것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기 초기에는 보편 관세를 일단 부과할 것 같다.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이므로 법 개정도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든 나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당연히 미국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것이다. 이는 유권자들을 배신한 일이 될 뿐 아니라 미국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칩스법) 폐기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실현될 경우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이미 의회를 통과한 법을 폐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공장을 짓는 지역이 공화당 의원 출신 지역이 많기에 이들을 활용하는 동시에 법 폐기 동향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만, 트럼프는 두 법을 통해 외국 기업에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이런 조치가 취해지기 전 보조금을 가급적 조기 수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혜택 축소 범위 추이를 관망한 후 득실을 따져 우리 기업의 미국 내 공장 건설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율촌 제공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율촌 제공

-트럼프 2기 국내 산업별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전망하면. 대응책도 조언해달라.

“부정적 영향을 받을 분야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이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특히 우리와 경쟁이 심한 자동차 산업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기아차는 작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자동차 산업에 관세를 더 부과하거나 쿼터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취약 산업들은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대표적 분야는 조선, 방위 산업이다. 트럼프는 이미 양국 조선업 간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은 해군력에서 중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자체 조선소 역량으로 이 격차를 메울 수 없다는 점을 알기에 한국의 조선 역량을 빌리고 싶은 거다.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신규 군함을 건조하거나, 기존 군함을 유지·수리·개조(MRO)하는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다. 현재 미 해군 MRO를 하고 있는 일본보다 기술력은 동등하면서 가격이 싸 경쟁력이 있다. 적극 수주전에 나서야 한다.

또 미국 국방비 증강 및 무기 확충 사이클에 맞춰 미국 방위 산업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국의 유도 무기, 미사일 등은 미국 제품과 같은 수준의 성능이지만 가격이 저렴해 국방비 효울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단, 미국이 국방개혁을 위해 미래전 위주로 군사체계를 급격히 개편한다면, 첨단 무기 양산에 집중할 것이다. 이 경우 재래식 무기 위주의 한국 방산에 큰 혜택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트럼프 2기의 대(代)중 통상 정책 기조는 어떻게 전망하나. 양국의 관세 전쟁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트럼프 2기는 중국에 6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중국도 이에 대응하는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양국 간 관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우리 기업의 부품, 소재에 대한 중국 수요가 줄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기업의 위축이 우리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 중국에 내줬던 교역상 특혜를 폐지하고, 중국으로 첨단기술 이전 자체를 차단할 것이다. 사실상 중국과 엮여 있던 경제협력 관계를 분리하려는 것이다. 이때 중국 기업이 밀려나면서 생기는 공백을 한국 기업과 제품이 채우고 들어간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2.0 시대에는 탈세계화와 각국의 진영화·블록화가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미·중 디커플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면 우리는 더 이상 양국 중간 지대에서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결국 한쪽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와 경쟁이 강한 쪽보다는 우리와 협력의 여지가 큰 쪽을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빈 공간을 우리가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경쟁하며 일부를 지키는 것보다 나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쌍무적인,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2기를 대비해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법적 리스크나 규제가 있다면.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위해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자급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때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놓치면 우리는 미국 관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고, 반도체 수출도 감소할 것이다. 그러니 반도체 등 첨단기업들의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주52 근무시간에 대한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중국과 분리하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미국의 제3자 제재에 걸리거나 과징금을 물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규제나 지침으로 선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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