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가 3년 안에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5년 걸리게 하지 않고 3년만에 올라오게 하고 싶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데뷔 5년차이던 2004년 133경기서 타율 0.308 23홈런 74타점 OPS 0.907로 리그 최정상급 3루수로 거듭났다. 이후 은퇴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데뷔 후 3년만에 각종 대기록, 진기록을 쓰며 정규시즌 MVP가 된 김도영(22)이 얼마나 고속성장 중인지 알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4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김도영 얘기를 꺼냈다. 떡잎이 다른 슈퍼 유망주를 어떻게든 빨리 성공시키고 싶었다. 이범호 감독은 “내가 한 5년 걸렸다. 두드려 맞을 것 다 두드려 맞고, 밟힐 것 다 밟히고 올라오는 애들은 5년 걸린다. 그러니까 나처럼 5년 걸리게 하지 않고 3년만에 올라오게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범호 감독의 뜻대로 됐다. 타격코치 시절이던 1~2년차에 프로 적응기와 부상 등 시행착오를 겪다가 2024년에 KBO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다. 이범호 감독은 “3년 안에 성장시키면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올해 3년차였다. 타구가, 공이 (배트에) 맞으면 딱 (힘이)실리는 게 달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본 김도영이 2024시즌에 거둔 성과는 전적으로 2023년 가을과 2024년 겨울이 터닝포인트였다. 특히 2023년 11월19일 일본과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연장서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그 부상이 대반전의 시작이었다.
김도영은 당시 좌측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 한 마디로 왼손으로 배트를 쥘 수 없이 타격훈련을 걸러야 했다. 김도영은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마지막 턴이 돼서야 가볍게 티배팅을 했다. 그 전엔 캔버라에서 계속 수비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만 했다.
완벽한 터닝포인트였다. 이범호 감독은 “얘가 올해 잘 헸던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아파서 3~4개월 쉬었잖아. 3개월 동안 방망이를 안 잡았어. 그러니까 몸이 셋업이 됐다. 타격 자세부터 전체 다시 시작했다”라고 했다. 부상으로 방망이를 놓은 3개월간, 자연스럽게 데뷔 후 2년간 젖어든 안 좋은 타격 습관을 뜯어고칠 계기가 마련됐다.
그리고 나성범 스쿨 효과다. 나성범이 2023년 전반기에 함께 재활할 때도 김도영에게 상체 웨이트트레이닝 방법을 집중 전수했다. 알고 보니 작년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도 김도영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켰다. 이범호 감독은 “성범이가 캠프에서 (박)찬호나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웨이트를 하는데, (김도영은) 다른 걸 뭐 하는 게 없으니까. 수비만 하고 웨이팅을 시작하는 거야. 몸이 내가 봤는데 한달만에 쭉 부풀어 오른 거야”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때 느꼈다. “그때부터 쭉 해서 캠프 끝나고 티배팅을 하는데 뭔가 몸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더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홈런 좀 쳐보라고 했는데 나는 15~20개면 잘 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2~3배까지 칠 줄 몰랐다”라고 했다.
결국 김도영은 이범호 감독의 예상조차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2024시즌을 평정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2023년 11월의 터닝포인트, 그리고 나성범 스쿨이었다. 3년안에 성공시켜야 되겠다는 이범호 감독의 계산은 그렇게 맞아떨어졌다. 부상이 전화위복이었고, 꾸준한 노력로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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