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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ㅁ게임] 일확천금 꿈꾸는 사회…‘직장인·청년’ 30대가 바라본 빵과 복권

투데이신문 조회수  

30대 청년 응답자가 빵과 복권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30대 청년 응답자가 빵과 복권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권신영 기자】 “당첨 확률 희박…허기가 우선” vs“인생은 한 방”

한국을 포함해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94개국 작품 중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2」 첫 화에서 딱지맨(공유)는 탑골공원의 노숙인들을 찾아 유혹적인 갈림길을 내민다.

“당신은 빵과 복권, 둘 중 하나만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장면은 노숙인의 시점으로 전개돼 마치 시청자에게 단팥빵과 복권 중 하나를 고르길 제안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빵은 보장된 포만감, 복권은 대성공을 위한 희박한 기회를 의미한다. 작품 내 노숙인들은 빵을 버리고 복권을 집어든다. 한탕주의를 주 소재로 다룬 「오징어 게임2」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장면이다.

이에 딱지맨은 빵들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광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에 따르면 그는 유년 시절부터 오징어 게임 게임장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성실히 한 결과 게임 탈락자를 총살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는데, 그 과정 중 한탕주의를 가진 자신의 아버지마저 죽인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한탕주의에 완전히 반하는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오징어 게임2」는 첫 화부터 이 같은 인물과 노숙인들의 상반된 가치관 차이를 보여주고 추후 코인·주식 투자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한탕주의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다만 일각의 전문가들은 미디어 속 이 같은 장면이 일부 과장된 면모가 있으며 빵과 복권 중 빵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거리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일반 시민들은 ‘빵과 복권’ 질문에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안을 직접 탐색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보는 직접 딱지맨이 돼 직장인부터 상점 주인까지 다양한 30대들을 만나봤다. ‘당신의 노숙인이라면’이라는 가정 하, 15명 중 10명의 30대 청년이 ‘빵’을 선택했다. 복권을 선택한 30대는 5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성별에 따라 고른 선택지가 갈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30대 청년 응답자가 빵을 고르고 있다. ⓒ투데이신문
30대 청년 응답자가 빵을 고르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상보다 현실, 허황된 꿈을 꾸지 않을 의지

15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빌딩숲, 점심 무렵이 되니 비교적 한산했던 거리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부는 건물 사이, 분주한 발걸음으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는 대학생·직장인 무리는 우리 사회를 이루는 바쁜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했다.

이날 오후 거리의 분주한 이들에게도 일생일대의 선택지가 제시됐다. ‘만약 당신이 노숙자라면 빵과 복권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서였다. 어렵게 입을 떼는 이들의 눈빛에 상황에 몰입한 듯한 신중함이 깃들었다.

빵을 고른 심모(31·여)씨는 “인생이 한 방이라는 말은 안 믿는다. 인생은 복권이 아니”라며 “복권이 당첨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일확천금의 기회만 노리다가 노숙자 신세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식사 대용으로 빵을 먹고 있던 인근 상점주 김모(30·여)씨 역시 빵을 골랐다. 그는 “복권은 당첨이 돼야만 소용이 있는 것”이라며 “빵은 바로 먹고 허기를 달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빵을 선택한 것에 ‘복권은 확률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빵을 먹고 노동할 힘을 얻고자 빵을 골랐다고 말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직장인 황모(37·남)씨는 “복권이 당첨될 확률은 너무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그냥 둘 중 하나라면 복권을 고를테지만 노숙인이라는 가정 하에는 많은 사람들이 빵을 고를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빵을 먹고 무언가 활동을 하면 적어도 복권 살 돈은 벌 수 있지 않나”며 “돈을 번다면 빵과 복권 두 가지를 다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복권을 선택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도 있었다. 황모(34·여)씨는 “복권은 확률적인 게임”이라며 “가장 확실한 빵을 선택하겠다”고 짚었다. 이어 “복권의 경우 꽝이 나오면 기분만 나쁘다. 어리면 어릴수록 복권을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권모(30·여)씨는 “노숙자니까 허기를 채우는 게 우선”이라며 “복권은 당첨될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도전 안 할 것 같다. 불확실한 확률에 기회를 쉽게 걸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 도심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던 30대 청년들은 선택지 중 ‘빵’을 선택하는 비율이 15명 중 10명으로 높았다. 전날 홍대 거리에서 만난 20대 청년들(15명 중 8명)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였다. 

대부분의 30대 청년들은 빵에 대해 ‘실질적’이며 ‘당장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삶의 의지를 만들어주는’ 선택지라고 이야기했다.

30대 청년 응답자가 복권을 집어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30대 청년 응답자가 복권을 집어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복권에 ‘올 인’…기회를 향한 30대 남성들의 열망

빵의 일회성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 역시 존재했다. 복권을 고른 30대들은 복권에 대한 장점보다 빵에 대한 단점을 부각해 바라보고 있었다. 행운은 지속되는 반면 빵으로 인한 포만감은 잠깐에 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15명 중 5명의 30대만이 복권을 선택했다.

다만 이 5명은 전부 남성이라는 점이 돋보였다.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30·남)씨는 망설임없이 복권을 집어든 뒤 “당첨된다면 한 방에 행운이 온다”면서 “빵은 먹으면 없어지는 일회성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신모(31·남)씨는 “빵이 왜 하찮고 작아 끼니를 채우지 못할 것 같다”며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선물을 주는 이벤트라면 빵이 크거나 더 맛있는 걸 줄 것 같은데 고작 빵 하나로는 배부를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한 번에 이익을 볼 수 있는 복권이 더 낫다고 본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33·남)모씨도 마찬가지로 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그는 “허기짐이나 배고픔은 앞으로도 계속 느끼고 일어날 것 같다. 복권이 당첨된다고 하면 앞으로의 상황,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20대 조사에 비교했을 때 30대 청년 응답자 중 더 적은 수가 복권을 선택했으며, 이들은 빵이라는 선택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복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복권을 선택한 이들의 100%가 남성이라는 점에 있어서 우리 사회의 청년 남성들이 복권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가치관을 가졌다고 미뤄볼 수 있었다.

15일 강남역 11번 출구에 화창한 볕이 퍼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15일 강남역 11번 출구에 화창한 볕이 퍼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꿈과 빈곤의 괴리, 한탕주의를 부르는 사회의 그늘

우리 사회에서 30대란 ‘결혼’과 ‘직장’으로 그 위치를 설명할 수 있다고들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의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집과 배우자, 재산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코인과 주식을 통한 ‘한탕’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9월 말 기준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동시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 중 30대 이하는 139만명으로 전체(447만3000명)의 약 31%를 차지했다. 이들이 대출한 금액은 155조1000억원으로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29%(39조4000억원) 급증했다.

연소득 4500만원 이하, 신용 점수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를 위한 ‘특례보증 대출’ 이용자의 절반 이상도 2030대 청년층이었다. 2022년 9월 출시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총 4773억원이 공급된 해당 상품의 2781억원(58.3%)을 2030세대가 이용했다.

빚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사회는 더욱 가혹한 현실을 들이밀었다. 빚을 지거나 돈을 저축해 장만한 전셋집에서도 이들은 사기 피해자로 전락했다.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 중 2030세대 청년층이 73.8%(1만8125명)를 차지한 가운데, 30대가 8778명(48.4%)으로 가장 많았다.

동시에 이들 30대는 투자에 적극적이고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가장 많은 세대로 꼽힌다. 특히 30대 남성들은 여성보다 투자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와 중앙일보가 지난해 4월 각 세대별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투자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30대 남성의 80%는 예적금에 투자하고 있었다. 30대 여성의 예적금 투자율은 68.2%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30대 응답자의 33.2%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 있으며 11.8%가 가상화폐에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코인·주식 투자의 ‘한탕주의’ 성공담이 확산하고 이들 직장인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30대 청년들의 문화로 떠오르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시민들이 강남역 인근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 앞을 지나가고 있다. ⓒ투데이신문
15일 시민들이 강남역 인근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 앞을 지나가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용할 양식 대신 불확실한 운을 택한 이들의 심리는 무엇이며 이와 달리 30대의 대부분이 빵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복권과 같은 일확천금의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리적·사회적·경제적 불안감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소할 수 있거나 기댈 곳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며 “그러나 30대는 대체로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수입과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덜 불안한 심리를 지니고 있다. 또 만약 노숙인이라는 가정이 주어진 상황에서도 이들은 실제 본인의 처지로 쉽게 이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사람마다 인생 경험, 거주 지역, 자산 등 다양한 개인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빵과 복권에 대한 선택은 주관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며 “노숙인도 무료급식이나 행인의 도움을 받은 경우, 연령대, 소지한 자산 등에 따라 차이가 있듯 드라마 「오징어 게임2」와 같이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복권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복권을 선택한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경쟁적, 모험적인 기질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이 같은 성향을 장려하는 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복권이나 코인 투기 등 일확천금을 꿈꾸는 경향은 종종 낮은 소득과 학력을 가진 계층 또는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더 자주 관측되는데, 이는 개인의 도덕성보다 사회 구조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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