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 잡는 ‘C’의 침공]⑥5060 이상 중장년층 알리·테무 이용자 급증…국내 이커머스 M&A 호시탐탐 노려
‘중국산=저가 양산형 제품’ 공식을 깨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가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스마트폰·가전·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알리·테무·비야디 등 중국기업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샤오미 등이 대륙의 실력을 보여줄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영향을 짚어보고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을 알아본다.
#색소폰 연주가 취미인 70대 A씨는 그동안 악기 부품을 교체할 때 주로 서울 종로에 있는 낙원상가를 찾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를 켠다. 그는 “종로에서 2만원에 샀던 부품이 테무에선 2000원에 판다”며 “배송이 좀 느려도 발품 팔면서 웃돈 주고 사는 거보다 낫다”고 말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초저가 공세’가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불과 1년 반 만에 국내 이커머스는 물론 중소 자영업종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일부 판매 상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짝퉁(가품)도 많지만 이용자는 더 많아졌다. 고물가 장기화로 심화하면서 자리잡은 가성비 중시 트렌드가 이런 리스크를 덮는 모양새다.
15일 앱(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굿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 월평균 이용자 수는 848만명, 테무는 721만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68%, 179% 증가했다.
2018년 1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2022년까지 월간 이용자 수가 200만명이었는데 2023년 하반기부터 급성장하며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치인 968만명까지 치솟았다. 2023년 7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도 1년 반 만에 700만명대로 급증했다.
아직 업계 1위 쿠팡의 월평균 이용자 수(3117만명)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토종 이커머스 11번가와 G마켓(지마켓)의 이용자 수가 15% 가량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다만 두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 수에 비해 거래액 규모는 크지 않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신용·체크카드 결제 추정액은 1126억원, 테무는 419억원으로 집계됐다. 쿠팡(3조2300억원), 지마켓(3875억원), 11번가(2845억원), 쓱닷컴(2678억원), 옥션(1138억원) 등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초저가 제품이 주력이어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특히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행보를 주목한다. 지난해 국내에 1조5000억원대 물류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올 상반기 신세계그룹 지마켓과 합작 법인을 공식화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마켓의 우수한 셀러를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선식품과 간편식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거래 규모가 한층 더 커질 것”고 내다봤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한
CJ대한통운의 주요 고객사로 배송 경쟁력이 강화된 점을 주목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중국 이커머스를 사용하는 중장년층 비중이 높아진 점도 플랫폼 확장성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40대 이하 연령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테무는 50대에서 3위, 60대 이상에서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이커머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50대 50 지분율로 만든 합작 법인을 2~3년간 운영하면서 이 법인의 자회사가 된 지마켓 지분을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2021년 지마켓 지분 80.1%를 3조4400억원에 매입한 신세계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통해 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출구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측은 “너무 앞서나간 추측이고 사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11번가도 경영 정상화 이후 다시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SK스퀘어가 2023년 11번가 매각을 추진할 때 당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알리바바와 큐텐이 거론된 바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국내 기업들이 이커머스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당분간 중국과 홍콩 사모펀드(PEF) 이외엔 마땅한 인수 후보군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지마켓과 11번가가 중국 자본에 인수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쿠팡과 네이버, C커머스의 대결로 압축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