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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손편지·육성영상…체포 앞두고 尹 ‘차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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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직감한 듯

尹, 손편지와 영상으로 담담히 심경 토로

“법이 무너지는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

계엄은 형식만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오욕(汚辱)을 앞둔 상황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담대하고 차분했다. 윤 대통령 체포 직후, 대통령이 국민께 올리는 육성영상에 이어 손편지가 전격 공개됐다. 불법영장·불법집행 논란 속의 체포를 앞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국민께 차분하게 진정성을 전달할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체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돼 피의자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게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체포영장과 함께 청구된 수색영장에 적혀있는 윤 대통령 죄명은 ‘내란 우두머리’였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금일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지 약 6시간 반만이었다. 지난 3일 진행된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대통령경호처의 조직적인 저항으로 5시간여 만에 실패로 끝났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사를 받으러 한남동 관저를 떠나 과천 공수처 청사로 이동 중 대통령실을 통해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법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는 사전 녹화된 것으로, 이날 오전 10시 46분 대통령실을 통해 언론에 배포됐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난해 12월 14일 대국민담화 영상을 발표한 이후 3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관저를 떠나기 전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했다.

정 실장은 “우리는 자진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에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체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윤 대통령의 공수처 출석 상황을 공유하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각자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우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정 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해 주요 수석들이 참석했다.

15일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15일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편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있는 도중 ‘국민께 드리는 글’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 글은 새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것이다. 육필 원고 그대로 올린다”며 육필 원고 사진과 함께 내용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선거에서 총체적인 부정 선거 시스템이 가동됐다”며 “이 상황을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계엄=내란’이라는 내란 몰이 프레임 공세로 나도 탄핵소추됐고, 이를 준비하고 실행한 국방부 장관과 군 관계자들이 지금 구속돼 있다”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탄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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