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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 인터뷰①]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美 제조업 부활은 韓 소·부·장 수출 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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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 지난 7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법무법인 광장 제공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 지난 7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법무법인 광장 제공

트럼프 2기 정부가 오는 20일 공식 출범한다. 앞으로 미국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다양한 제재를 강화할 전망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국내 주요 로펌의 산업·통상 전문가 4명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우리 기업의 국제 신뢰도가 높습니다. 첨단 제조업 기술 제품 제조 능력은 세계에서 우리 역량이 최고 수준이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제조업 활성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했는데, 우리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통상전문가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지난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이 한국에 위기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 질서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긴장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박 원장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위기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 원장은 지난 40년간 대학, 국책연구원, 정부 등에서 일한 손꼽히는 국제통상 전문가다. 1994년부터 3년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뒤 약 20년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1~2013년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이행했다. 중국 FTA 출범도 이끌었다. 법무법인 광장은 2017년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을 만들면서 그를 초대 원장으로 임명했다. 안팎으로 어지러운 시기지만 박 원장은 ‘트럼프 2기’에 한국 경제가 나가야 할 길을 명료하게 진단했다.

―트럼프 2기와 1기의 통상 정책 차이를 하나의 키워드로 꼽는다면.

“‘전방위 관세인상’이 1기와 2기를 가르는 키워드다. 1기 때도 관세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땐 두루뭉술했다. 중국에 매긴 관세를 크리스마스라고 유예해주는 등 허점이 많아서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는 늘어난 무역적자를 관세로 잡겠다고 의지가 보인다. 한국만 특정해서 관세를 높이겠다는 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등에도 마찬가지다. 2기 때는 대중국 압박과 경제 안보, 제조업 활성화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편관세나 중국 관세 등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마련했다.”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 관세를 올리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질 텐데, 트럼프가 ‘관세’를 주요 수단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세가 높아지면 물가가 높아진다. 미국도 물가를 가장 고민하고 있다. 관세를 매겨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건 좋은데 그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관세를 올리는 이유는 트럼프가 이번에 ‘제조업 부활’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제 발전 과정에서 선진국에 진입하면 주요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넘어간다. 트럼프가 제조업 부활을 선언하며 법인세 등 세금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재정 적자가 발생한다. 이행될지 모르겠지만 이 재정 적자를 관세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관세 압박에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나.

“먼저 한미 FTA 등을 거론할 수 있다. FTA 체결하면서 관세 철폐를 약속했으니 관세를 올린다고 하면 기존 협약이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주요국이 만나 반도체나 컴퓨터, 핸드폰 등 정보기술 관련 제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한 정보기술협정(ITA)에도 위반된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매기면 정부가 얘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걸 좋아한다. 트럼프 2기에 한미 FTA 개정이나 관세 부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줄이라는 압박 등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에너지를 미국에서 수입하거나 미국의 제조업 부활정책에 협력하겠다는 등의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우리가 트럼프에게 역제안할 내용이 또 있을까.

“국내 기업의 국제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가 제조업 부활을 공언하지 않았나. 반도체, 전기차, 전치가 배터리 등 최첨단 제조업은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세계 최고다. 결국 우리는 수출로 성장했다.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다음 거기에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수출하면 새 기회가 열린다. 한국이 첨단 소부장을 세계에 공급하는 허브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협상 능력이 중요한데, 정부가 산업과 기업 입장을 이해하고 통상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범부처가 포괄적 협상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 7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법무법인 광장 제공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 7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법무법인 광장 제공

―기업은 ‘초불확실성 시대’에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하나.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국내 기업들은 원산지 규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을 더 견제하려고 하고 있으므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이나 재료가 포함된 제품을 안 받아줄 수도 있다. 가령 국내 기업이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데 이때 원자재와 부품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질 거다. 밑바닥에 사용하는 재료부터 중국에서 온 건 안 된다는 것이다. 1기 때보다 중국 관련 규제가 심해졌다. 국내 기업이 미국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보조금과 세금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원산지 규정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시급히 통과해야 하는 법안이 있나.

“EU나 미국, 일본 등 정부가 기업을 많이 도와주는데 우리는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반도체 반도체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과 첨단산업 지원에 필요한 첨단전략산업 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 강화를 위해 만든 법이니 정쟁 대상으로 삼지 말고 통과시켜 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 2기’에 기업에 겪을 만한 법적 분쟁이 있다면.

“국내에서 플랫폼법(시장 지배력을 지닌 일정 기준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제도)이 통과되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미국은 디지털 창의성을 위해 가만히 놔두자는 견해지만 EU는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한다. 우리는 EU 법과 비슷하다. 구글과 같은 미국 플랫폼 횡포는 막아야겠지만 플랫폼법이 통과돼 미국 기업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40년간 국제통상에 몸담았다.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정부와 기업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다자무역 체제가 사실상 붕괴해 국제통상 환경도 불확실한 시대가 왔다. 국내 기업의 제조 능력이 탄탄한 만큼 기술 우위가 있는 국가와 협력해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일본이 소재 분야에 능력이 있으므로 협력이 잘 된다면 한·미·일이 중국을 견제하는 통상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강하고 대외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국회는 제조업 강화를 위한 여러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주고 정부는 규제 완화와 함께 기업 의견을 잘 들으면서 협력해야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위스콘신대학교 경제학 석사 ▲위스콘신대학교 경제학 박사 ▲조지타운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무역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제경제통상대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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