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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오징어 게임2’ 조현주, 희화하 되지 않길 바랐다” [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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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게재 실수, 사죄 드린다”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 역을 맡아 압도적인 캐릭터 몰입도로 ‘이름을 잃어버린 배우’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성훈. 연극 무대부터 스크린, OTT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2’에서 트랜스젠더 조현주 역으로 합류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조현주는 트랜스젠더 수술비를 위해 게임에 발을 들인 참가자다.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설정과 트랜스젠더라는 설정으로 박성훈은 꺼내 보일 수 있는 새 얼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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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비난도 있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2’ 시즌2 캐릭터 소개 영상을 공개했을 당시, 트랜스젠더 역을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닌 시스젠더가 연기하는 것에 대해 일부 해외 팬들의 지적이 있었다. 박성훈도 이 의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성훈은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연극 ‘프라이드’ 등에서 여러 차례 성소수자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박성훈은 우리가 그동안 미디어에서 과장돼 표현돼 왔던 트랜스젠더의 전형성을 피해 최대한 희화화되는 걸 피하려 했다.

“트랜스젠더 역할을 시스젠더가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감독님과 충분한 상의를 했습니다. 배우로서 가장 먼저 첫 번째 부분은 절대 트랜스젠더가 희화화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대학로에서 연기하며 게이 역할을 여러 번 해서 LGBTQ에 기본적인 상식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맞는지 다시 한번 체크를 했고, 과도한 목소리 변조 같은 거는 삼갔어요. 트랜스젠더 분에게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어요.”

조현주는 목숨을 건 머니게임에서 이타적인 캐릭터다. 5인 6각 게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하고 후반 핑크 가드들과의 총격전에서 특수부대 출신답게 전면에 나서고 참가자들에게 총기 사용법을 가르친다. 트랜스젠더로 소수자로 편견 속에 상처를 받은 모습과 위기 상황에 순발력과 리더십을 오가는 차이가 큰 면모를 오가면서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된 후 가장 호감 캐릭터라는 반응을 얻었다.

“현주는 강인함도 있고 참가자들 중에서 배려, 리더쉽이 있고 이타적이고 용맹하기도 하죠. 목숨을 걸고 게임하면서 남을 구하기 위해 원치 않는 살생까지도 범하게 되는 인물이다보니 두려움과 불안함, 죄책감이 내재된 그런 레이어를 쌓으려고 했어요. 그런 마음을 갖고 연기한다면 현주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일 것 같았거든요.”

황동혁 감독은 박성훈을 KBS2 단막극 ‘희수’라는 작품을 보고 조현주를 떠올렸다. 박성훈은 평범한 가장 고태수 역할에서 조현주로 떠올렸는지 의아하면서도 신기해 하면서 황 감독과의 작업이 뜻깊었다고 밝혔다.

“사실은 제가 두 누나 밑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저에겐 분명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연기를 하느라 숨기고 있지만요. 감독님이 제 안의 여성성들을 꿰뚫어 보신 것 같아요. 이번에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디테일하고 고급스러운 디렉션을 주시더라고요. 원래 대사에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라는 대사를 추가하면서 ‘현주의 성향을 처음 알게 된 어머니의 모습이 비디오 영사기처러 흘러갔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울컥하지만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배우로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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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 촬영장은 배우가 캐릭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게임이 세팅된 현장 안에서 박성훈은 공간의 힘을 많이 받았다. 시즌2에서 진행됐던 팀플레이도 함께하는 배우들과의 유대 관계가 자연스럽게 쌓일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세트촬영할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저는 3라운드 ‘둥글게 둥글게’ 게임 세트에 너무 감탄했어요. 방 하나하나 모두 다 세팅돼 있고 대충 만든 곳이 없어요. 빈방도 똑같이 꾸며놨어요. 원판도 실제로 돌아가고요. 그런 세트에서 감정의 충돌, 상실감들을 연기하는 것들에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동료 배우들과도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거의 순차적으로 촬영을 진행해서 5인 6각 촬영할 땐 팀끼리 밥을 먹고 논의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보니 팀과의 유대 관계가 진해지더라고요. 같이 밥 먹는 시간도 늘고 술 한 잔도 하면서 뭉쳐서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박성훈은 대중에게 강렬한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다. ‘더 글로리’의 전재준을 통해 폭발적인 몰입감을 선사한 데 이어, ‘오징어 게임2’에서는 조현주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이외에도’하나뿐인 내 편’의 고래, ‘눈물의 여왕’의 윤은성 등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연기와 존재감으로 본명 대신 많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어떤 작품의 무슨 역할로 나왔다는 수식어가 항상 필요했는데 ‘더 글로리’ 전재준 세 글자로 제 얼굴을 많은 분들이 떠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역할명이지만 별칭같은게 생긴 거라 저로서는 기뻐요. 최근에는 전재순, 현주언니, 현주누나라고도 불러주시더라고요. 배우로서 그런 역할 이름으로 대중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오징어 게임2’는 박성훈의 50번째 필모그래피이자 배우로서 지난 20년의 경력을 돌아보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현재 박성훈은 마냥 이 기쁨을 즐길 수가 없다.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인스타그램 DM으로 시즌2를 패러디한 음란물 표지를 발견하고 소속사 담당자에게 전송하려다 실수로 자신의 SNS에 게재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제가 연극영화과 03학번인데 입학한 지 2023년에 이 작품을 촬영했어요. 데뷔한지 20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오징어 게임’에 들어와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20년 동안 고생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이 스쳐가는 경험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50번째 작품이라는 것도 의미가 남다르고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제 앞에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다시 초심을 잡고 뒤를 돌아보라는 것 같아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배우 생활을 임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병헌, 이정재 선배님처럼 같이 일할 수 있는 선배, 동료의 모습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 사건은 박성훈에게 단순한 실수 이상의 충격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인터뷰에 나선 박성훈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으며 이번 논란과 관련된 질문이나 답변이 아닐 때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후회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성훈이지만, 이를 계기로 배우로서 본인의 행동이 대중과 작품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하고 자신의 책임감을 자각하고 있었다.

“크나큰 실수로 인해 불편하셨을 모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작품을 만드신 수많은 분들의 노고에 누를 끼쳐 그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제가 이 자리에 임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때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담당자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활발하게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DM으로 받았던 문제의 사진을 보고 ‘이건 심각하다. 담당자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이런 영상물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상은 보지도 않았어요. 비공개 계정도 없습니다. 담당자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만 거예요. 귀신에 씌었나 싶어요. 이런 해명도 변명처럼 느껴지시는 것 압니다. 시국이 좋지 않을 때 그런 문제의 사진을 올려 더욱 불쾌하게 만들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를 따끔하게 질타하셔도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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