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새 학기와 새 출발을 맞는 연초는 1년 중 PC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로 꼽힌다. PC 업계에 있어서 매년 1월 첫 주부터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행사가 중요한 이유로는 연말연초 시즌을 위한 신제품을 가장 잘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다. 지난 주 열린 ‘CES 2025’에서는 인텔과 AMD, 퀄컴까지 새로운 프로세서와 플랫폼을 선보였고 주요 PC 제조업체들도 이를 채택한 신제품들을 대거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새롭게 등장한 수많은 노트북 중 자신에 맞는 노트북을 ‘숫자’만으로 파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외부에서 긴 시간 노트북을 사용해야 해서 ‘배터리 오래 가는’ 노트북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따져야 한다.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사양 중에 ‘배터리 용량’과 ‘최대 사용 시간’ 항목이 분명 있지만 최대 사용 시간이 실제 사용 가능한 시간과 큰 차이가 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이 때,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접근하면 자신의 사용 패턴에 잘 맞는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을 갖춘 노트북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최신 노트북들은 이전 세대보다 배터리 사용 시간과 성능 효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충전 방법 또한 꼭 ‘콘센트’를 고집할 필요도 없게 됐다. 또한 배터리 사용 시 전력 소비량을 온전히 사용자의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을 함께 사용하면 좀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오래 가는 노트북, ‘프로세서 종류’와 ‘배터리 용량’의 궁합
노트북의 배터리 용량을 표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준은 ‘와트시(Wh)’다. 이 ‘와트시’ 단위는 전력 소비량 단위인 ‘와트(W)’와 ‘사용 시간(hour)’의 곱이다. 예를 들면, 100Wh 용량의 배터리는 10W 전력 소비로 10시간. 혹은 100W 전력 소비로 1시간을 쓸 수 있는 용량이 된다. 배터리 용량은 이왕이면 클수록 좋겠지만 100Wh 이상 용량은 비행기 기내 휴대가 제한되는 상황이라 실질적으로 노트북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최대 한계는 100Wh라 봐야 한다. 또한 배터리가 클수록 무게도 늘어난다.
배터리 용량이 현실적으로 더 늘어날 수 없다면, 이제는 소비 전력을 줄일 차례다. 이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현재 대부분의 노트북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프로세서’와 ‘그래픽처리장치(GPU)’다. 높은 그래픽 성능을 추구하는 게이밍 노트북들의 경우 사양에 ‘최대 그래픽 소비전력량(TGP)’과 ‘최대 열설계전력(TDP)’을 표기하는데 중급 이상의 게이밍 노트북들은 TDP가 쉽게 100W를 넘어간다. 이에 대부분의 게이밍 노트북들은 최대 성능에서 배터리로 채 한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배터리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PC를 찾는다면 가능하면 외부 GPU가 장착되지 않은 모델을 찾는 것이 좋다. 최근의 게이밍 노트북들은 배터리 사용시 외장 GPU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잠깐이라도 켜지면 최소한 10W 이상을 소비하는 외장 GPU는 배터리 사용 시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외장 GPU가 장착된 모델은 대부분 조금이라도 더 크고 무겁고 전력 소비가 심한 ‘성능 지향형’ 모델이라 배터리 사용 시간을 추구하는 선택과는 다소 방향성이 다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올라운더’를 추구한다면 어느 정도 타협을 찾을 수 있겠다.
최근 몇 년간 인텔과 AMD의 프로세서 제품군은 명칭에 일정한 규칙을 둔다. 탑재된 프로세서 모델에 ‘U’가 들어가면 TDP 15~25W급 저전력 모델이고, ‘H’나 ‘HS’가 들어가면 28~45W급 정도의 성능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HX’ 모델은 50W 이상의 성능 우선형 제품에 쓰인다. 인텔의 배터리 효율 특화형 모델인 ‘루나 레이크’는 ‘V’를 사용하는데 이 모델은 17W급 전력소비량에 특화해 타 모델과는 기술적 특징까지 차별화되는 점도 특징이다.
프로세서의 TDP는 소비 전력량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지만 실제 소비 전력량은 아니다. 최신 프로세서들의 전력 관리 기능은 들어온 작업은 빨리 끝내고 작업이 없는 동안에는 전력 소비를 극한으로 줄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실제 제품 설계에서는 프로세서의 TDP 기준보다 최대 전력 제한을 더 높게 설정해 체감 성능을 높이면서 작업이 끝난 뒤 사용자의 명령을 대기하는 동안의 전력 소비량을 최소화한다. 이에, 가벼운 작업에서는 의외로 ‘U’ 시리즈와 ‘H’ 시리즈 탑재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근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부하가 있는 작업이 오래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최대 전력 소비량이 더 낮은 U 시리즈가 배터리 사용 시간에 더 유리하다. 이에 배터리 사용 시간을 좀 더 중시한다면 ‘U’ 시리즈를 선택하는 쪽이 유리하다. 적당한 배터리 사용 시간과 외부 전원 연결시의 성능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H’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구입한 뒤 배터리 사용시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설정을 따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한편, 인텔의 ‘루나 레이크’는 태생부터 ‘전력 효율’에 초점을 맞춘 만큼 성능 면에서는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 전체에서 그리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현실적인 기준으로, 인텔의 ‘이보(Evo)’ 인증은 적당한 부하가 걸린 실제 워크로드 시나리오에서 9~11시간의 배터리 사용을 기준으로 한다. ‘U 시리즈’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들이 이 시나리오에서 대략 6~8W 정도의 소비 전력을 보인다. 이 때 9시간을 사용하기 위한 배터리 용량은 대략 72Wh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올해 나오는 최신 노트북 중 9~10시간 급의 실사용시간을 추구한다면, U나 H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중 70~80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을 찾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계산에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실제 노트북 제조사들의 제품 설정도 다양해서 같은 프로세서와 플랫폼을 탑재했더라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심지어는 운영체제의 전력 관리 프리셋 완성도로도 성능과 전력 소비량에서 제법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사용자의 사용 시나리오와 전력 관리 정책의 ‘궁합’도 중요하다. 현재 인텔과 AMD 양 사의 전력 관리 정책 성격이 다소 다른 만큼 사용 패턴에 따른 체감 차이도 존재한다.
배터리 사용 시간 만족감 극대화하는 설정들
일상에서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최적화’를 적용할 만한 여지가 남아 있다. 특히 최근 프로세서들의 전력 관리 전략이 무작정 전력 소비를 제한하기보다는 빠르게 작업을 끝내고 대기 전력을 최소화해 평균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은 윈도의 ‘전원 옵션’ 설정이다. 윈도11에서는 전원 옵션 설정에서 외부 전원 사용시와 배터리 사용 시의 ‘전원 모드’를 별개로 설정할 수 있는데 배터리 사용 시에는 ‘최고의 전력 효율’로 설정하면 배터리 사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최신 윈도11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몇몇 추천 옵션들이 제공되는데 모든 기능들을 쓸 필요는 없지만 한번쯤은 둘러볼 만 하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추천 옵션은 시스템 구성에 따라 항목이 다르다. 이 중 활성화를 고려할 만한 옵션은 ‘3분 뒤 스크린 끄기’나 ‘HDR 끄기’, ‘화면보호기 끄기’, ‘화면 꺼졌을 때 USB 디바이스 사용 멈추기’ 같은 것들이 있겠다. 하지만 ‘표시된 콘텐츠의 화면 대비와 밝기를 최적화해 전원 절약’은 활성화를 추천하지 않는다. 혹시 활성화됐다면 인텔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에서는 ‘인텔 그래픽스 제어 센터’ 앱을 통해 이 기능을 끌 수 있다. 이외에도 120Hz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주사율을 60Hz나 가변으로 맞추는 것도 좋다.
또한 눈여겨 봐야 할 옵션으로는 ‘절전 모드’가 있다. 이 옵션을 켜면 윈도의 업데이트나 클라우드 동기화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 작업을 줄여 사용자의 체감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 준다. 의외로 체감 효과가 큰 기능이라 배터리 사용 시에는 활성화하는 것도 좋다. 이 기능은 배터리 사용 시 언제나 활성화하거나 배터리 잔량이 일정 이하로 내려갔을 때 자동 활성화하게도 할 수 있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전원 모드’는 사용자 임의 변경이 불가능해지고 미리 정의된 최대 효율 모드로 설정되는 모습이다.
실제 노트북 활용에서 예상 이상으로 배터리 소비가 큰 작업이 백그라운드의 업데이트나 클라우드 동기화고 이 두 작업의 공통점은 ‘네트워크 연결’이다. 네트워크 설정에서 현재 연결된 네트워크를 ‘데이터 통신 연결’로 설정하면 백그라운드의 업데이트나 동기화 등의 작업이 일시 정지된다. 이는 원래 종량제 과금되는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의도치 않게 데이터를 많이 사용해 과금되는 일을 막는 장치지만 다른 의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한편, 윈도11은 주기적으로 도는 백그라운드 작업이 제법 많은 만큼, 이 백그라운드 작업이 충분히 끝날 정도의 시간 동안 PC를 켜서 사용해 주는 쪽이 좋다. 매일 켜서 몇 시간씩 쓰는 노트북 PC와 비교해 며칠에 한 번 켜서 쓰는 노트북 PC가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와 함께 PC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웹 브라우저에서도 배터리 사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는데 구글 크롬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의 경우 ‘성능’ 관련 탭에서 관련 옵션을 확인할 수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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