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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방어권 보장’ 논의하겠다는 인권위, 반발 끝 역사상 첫 전원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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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시민단체와 인권위 직원들의 격렬한 반발 끝에 역사상 처음으로 전원위원회 회의를 무산시켰다.

인권위는 13일 제1차 전원위원회 개회를 취소하고 이날 논의하기로 한 안건들은 추후 전원위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전원위 회의를 무산시킨 건 2001년 설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인권위는 제1차 전원위에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김용원 상임위원과 강정혜·김종민·이한별·한석훈 위원이 발의한 해당 안건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시 방어권 보장 및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 정지 검토 △한 총리 탄핵소추 철회 △계엄 관련 형사사건 재판에 있어서 적극적 보석 허가의 공감대 형성 △계엄 관련 범죄 수사시 불구속 수사 △국회의 탄핵소추 남용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과 인권위 직원들은 한국 인권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인권위가 비상계엄 선포로 전 국민을 공포에 빠트린 윤 대통령 및 동조 세력을 옹호해서는 안 되며 해당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활동가 20여명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여 올해 첫 전원위원회 개회를 막기 위해 회의실 앞을 온몸으로 가로막았다. 인권위 직원 100여명도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가득 메우고 “내란동조 세력은 인권위를 당장 떠나라”고 촉구했다.

안건을 발의한 위원들은 회의장 진입을 막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뚫고 지나가기 위해 실랑이를 벌였다. 이한별·한석훈 위원은 몸싸움을 벌여 회의장을 들어가려다 활동가들에게 제지당한 채 자리를 떠났으며, 김 상임위원은 고민정·신장식·서미화 등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안창호 위원장을 만나려는 길을 가로막다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시민단체와 대치하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시민단체와 대치하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특히 김 상임위원은 회의실을 몸으로 막은 활동가들과 한 시간 넘게 대치하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안건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도 “계엄했다고 곧바로 내란이라 볼 수 있느냐”, “헌법에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이 명시돼있다”, “(안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의미”라는 등의 발언을 반복했다.

아수라장이 이어지는 동안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에서는 인권위원들이 회의실에서 감금당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를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실제 감금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인권위원들은 3시간가량 이어진 대치 끝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전원위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일부 위원들이 회의를 속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음 전원위 회의에 경찰을 불러 외부 개입을 차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인권위를 찾은 야당 의원들은 이번 안건을 발의한 인권위원들을 대상으로 내란 선동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전원위 무산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기관인 대통령에게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아는 법률가 출신 인권위원들이 몇 마디 법률 용어로 국민을 속이려 한다”며 “허위로 가득한 안건을 발의한 인권위원들은 안건 철회를 하지 않을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인권위에는 내란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과 국회의원들의 인권 침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적 조치와 별개로 이번 안건이 폐지되지 않는 동안 인권위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인권위 직원들이 모인 ‘내란 공범이 되기를 거부하는 인권위 과장들’은 성명서를 내고 “일부 인권위원들이 인권위를 반인권적 국가기관으로 타락시키는 것을 넘어 인권위 구성원 모두를 ‘내란공범’으로 내모는 사태를 좌시할 것이냐, 아니면 이제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한국인권학회 등 인권 연구자 665명 또한 이날 “인권위의 임무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지, 탄핵 관련자들의 인권을 내세워 탄핵심판과 수사과정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며 “이번 안건을 작성한 5인의 인권위원과 이를 전원위원회에 상정한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인권위원회법의 정신과 권한을 일탈한 불법의결을 시도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헀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안건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안건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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