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7년 비서로 첫 발령 후 8년차인 지난해부터 활용도가 높아지며 위상이 확 달라졌다. 과거 단순 음성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TV·가전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AI 기능의 중심 축으로 급부상했다.
빅스비는 2017년 갤럭시S8에 처음 탑재됐다. 이후 구글 어시스턴트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두 AI 비서는 스마트폰, 워치 등 갤럭시 제품에 공존하고 있다.
빅스비는 그동안 갤럭시 기기 자체 기능을 실행하는 명령을 주로 수행했지만 갤럭시S25 시리즈부터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한다. 구글 제미나이나 오픈AI의 챗GPT와 비슷하게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력을 구사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7일 공개된 언팩 초대장 영상에서도 사용자가 음성인식 AI에 “언제 삼성 갤럭시 언팩이지”라고 묻자 날짜를 적어주고, 이후 사용자는 “캘린더에 적어줘”라고 말한다. AI 비서인 빅스비 기능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IT 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는 최근 X 계정에 “갤럭시S24 시리즈에선 갤럭시 AI와 빅스비가 아무 관련이 없었지만 갤럭시S25에서는 새로운 빅스비가 갤럭시 AI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바일에 집중한 빅스비 기능은 TV와 가전으로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TV·냉장고·세탁건조기·로봇청소기 등 신제품에 탑재한 빅스비를 업그레이드했다. 자연스럽고 연속적인 대화는 물론 한 문장의 명령어로 여러 기기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유통기한 임박한 식재료 알려줘”라고 하면 빅스비는 보관 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까지 제안한다. 그에 맞는 조리 기기의 온도와 시간도 설정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도 구분해 인식한다.
이보나 삼성전자 DA사업부 CX인사이트 그룹장(상무)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연 AI 가전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AI 가전이 사용자를 이해하면서 알아서 한명 한명에게 맞춰 주는 초개인화된 경험을 지향한다”며 “이전에는 계정을 바꿔야 나에게 맞는 대답을 했지만 바뀐 빅스비가 목소리에 따라 사람을 인지하고 각각의 적합한 일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빅스비는 TV에서 입김이 더 세졌다. 삼성전자 TV가 2024년 3월부터 구글 어시스턴트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해서다. 구글은 지난해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TV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 TV에는 타이젠 OS가 쓰인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이를 계기로 TV에서 빅스비를 중심으로 한 AI 비서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애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홈(Home) AI 전반에 AI 비서 빅스비를 적용해 사용성을 크게 높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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