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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성장 시대 新유통]⑤ 20달러 이하만 팝니다… 美아마존이 초저가 쇼핑 ‘하울’ 내놓은 까닭은

조선비즈 조회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약 514조원으로 전년 대비 1% 내외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탄핵 정국과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초고령사회 진입, 이상기후, 최저임금 인상 등 복합 위기로 인한 저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예상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새해를 맞아 저성장 시대에 맞는 유통은 무엇이고, 우리 유통업계는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할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인 초저가 쇼핑 '아마존 하울'. /아마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인 초저가 쇼핑 ‘아마존 하울’. /아마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작년 11월 초저가 쇼핑 서비스 ‘아마존 하울(Amazon haul)’을 선보였다. 운동화 9.98달러(약 1만4580원), 휴대폰 케이스 2.99달러(약 4368원) 등 모든 상품을 20달러(약 2만9000원) 이하로 판매한다.

초저가의 비결은 대부분 상품이 중국산이라는 것. 현지에서 직배송되는 탓에 상품을 받는 데만 1~2주가 걸리지만, ‘싼값’에 호응하는 고객이 많다. 아마존 하울은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아마존 전체 카테고리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베스트셀러가 2700개에 달했다.

◇성장률 둔화한 이커머스 시장… ‘국경 없는 전쟁터’

아마존이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C) 이커머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초저가를 앞세운 테무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 아마존 하울 판매 페이지에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라는 테무의 슬로건을 의식한 듯 ‘미친 초저가(Crazy low prices)’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또 C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을 모방하면서도, 그들이 보였던 부작용을 방지하기 ‘제품 품질 보증’과 ‘15일 이내 무료 반품’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이 C커머스를 염두에 둔 초저가 시장을 겨냥하고 나선 건 ‘글로벌 전쟁터’가 된 이커머스 시장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던 시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두 자릿수를 보이던 성장세는 한 자릿수로 둔화했고, 국내 소매시장의 온라인 침투율도 2023년 기준 45%까지 증가했다.

/표=삼정KPMG 경제연구원
/표=삼정KPMG 경제연구원

여기에 중국 초저가 커머스의 국내 진출과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따른 이커머스 시스템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쿠팡, 네이버 등 상위 플랫폼을 제외한 업계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이커머스 업계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온라인 쇼핑 기업 대부분이 적자로, 이제는 버텨낼 체력이 없다”면서 “(중하위 플랫폼은) 인수합병이나 제휴 등의 구조조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지, 전문화된 영역으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라고 했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C커머스 대표 주자인 알리바바의 제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인수한 지(G)마켓의 실적이 부진해지자,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날과 손잡고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배송 부분은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주 7일 배송 체제’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안전한 출구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진출을 위해 셀러(판매자) 유치에 공을 들였던 알리바바 역시 이번 합작으로 미션을 한 번에 해결하게 됐다. 신세계와의 합작 발표 후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상품 전용관인 K-베뉴의 수수료 면제를 다음 달 1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C커머스가 국내 들어와 성장했다지만, 지금부터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때”라며 “쿠팡이나 네이버와 경쟁하지 못한다면 (C커머스 역시) 다른 플랫폼들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용관 케이(K)베뉴.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 지마켓과 합작 계획 발표 후 케이베뉴의 수수료 면제를 다음 달 1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용관 케이(K)베뉴.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 지마켓과 합작 계획 발표 후 케이베뉴의 수수료 면제를 다음 달 1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내수에 매몰되선 안 돼… ‘버티컬·해외’에서 기회 찾아야

초저가 트렌드가 뜬다고 해서 모두가 초저가 시장만 바라볼 수는 없다.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플랫폼은 더 그렇다. 이에 시장에선 버티컬 커머스를 활용한 해외 시장 공략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란 특정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이커머스를 의미한다. 식품 분야에선 컬리, 패션 분야에선 무신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개인 간(C2C)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과 리빙 플랫폼 오늘의 집 등도 흑자 전환에 성장하며 각 분야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도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앞세워 이커머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이 대표적이다. 올리브영은 전국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를 활용해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제공하며 온라인 매출액을 키우고 있다. 2023년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27%에 달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슈퍼의 신선식품 노하우와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 물류 역량을 결합한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 제타’를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신선식품 분야의 온라인 침투가 아직 더딘 만큼, 대형마트의 전문성을 활용해 시장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K뷰티 역직구 플랫폼 '스타일코리안' 홈페이지. 550여개 K뷰티 상품이 입점된 스타일코리안은 지난해 매출 71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홈페이지 캡처
K뷰티 역직구 플랫폼 ‘스타일코리안’ 홈페이지. 550여개 K뷰티 상품이 입점된 스타일코리안은 지난해 매출 71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홈페이지 캡처

최근 K뷰티, K푸드 등 한국산 상품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는 만큼, 해외에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역직구 플랫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이커머스 시장이 2021년 7850억달러(약 1147조원)에서 2023년 7조9380억달러(약 1경159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일 코리안(StyleKorean)’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K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실리콘투는 매출이 2020년 990억원에서 지난해 약 7100억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3분기 매출 비중은 미국(25%), 폴란드(유럽, 13%), 아랍에미리트(UAE, 5.4%) 순이었다. 현재 550여 개의 국내 인디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식품, K팝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마켓과 알리바바의 합작을 통해 기대하는 바도 셀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이다. 알리바바가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마켓 셀러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 궁극적으로 지마켓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방침이다.

‘알리 쇼크’ 저자인 김숙희 쉬인그룹 한국지사 대표는 국경을 허문 ‘글로벌 트랜잭션(Transaction·거래)’의 시기가 도래할 거라고 내다봤다. 알테쉬가 지금은 저가 중국 상품을 한국으로 수입하는 형태 중심으로 직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한국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역직구까지 확대할 거란 전망이다.

김 대표는 “국경을 허무는 무한 경쟁 시기가 도래했지만, 국내 유통사들은 여전히 국내 시장 각축전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국내 시장의 틀을 벗어나 해외 소비자 데이터와 글로벌 유통 시스템, 상품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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