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비스듬한 사고에서 오는 다름

엘르 조회수  

DIAGONAL THOUGHTS

비스듬한 사고에서 오는 다름, 다이아거날 써츠 김사라.

소다미술관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의 일환으로 우음도에 설치된 ‘Faraway: Man Made, Nature Made’. 우음도의 역사와 자연을 소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집음기 형태의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소다미술관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의 일환으로 우음도에 설치된 ‘Faraway: Man Made, Nature Made’. 우음도의 역사와 자연을 소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집음기 형태의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소다미술관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의 일환으로 우음도에 설치된 ‘Faraway: Man Made, Nature Made’. 우음도의 역사와 자연을 소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집음기 형태의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다이아거날 써츠의 작업은 건축, 설치미술, 가구, 영상을 아우른다. 그중 건축에 구심점을 둔 이유는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인간의 삶을 다루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미국 예술대학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 3학기가 돼서야 나의 바람과 가장 가까운 것이 건축임을 알았다. 사무소를 열고 다양한 작업을 해왔지만 근본적으로 인간과 세상, 공간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분야나 방식은 달라도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공간’이다. 당신에게 공간을 탐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설치미술이든 영상이든 건축이든 사회적 프로세스를 제하면 창작 과정은 대동소이하다. 이것이 건물뿐 아니라 ‘공간’을 탐구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순간의 경험 역시 공간이 될 수 있다. 건물은 여러 매개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나에게 건축은 가장 매력적인 매개체다.

은평구립도서관 4차산업 체험센터 리모델링
은평구립도서관 4차산업 체험센터 리모델링

은평구립도서관 4차산업 체험센터 리모델링

‘비스듬한 사고’라는 뜻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당신의 작업은 건축의 전형성이나 예술의 전형성을 모두 비껴간다. 이런 유연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호기심이 많다. 일단 해보고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남다른 사람이 정리해 놓은 논리나 정립한 것에도 허점이 있다고 보고, 세상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게 훨씬 많다고 믿는다. 유년 시절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환경에서 공부했고,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에서 사고와 개념, 매체를 넘나드는 수업을 경험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전통과 계보도 중요하지만, 획일화된 사고와 체계는 새로운 것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하나의 세계에 갇히지 않기 위해 바깥세상을 두리번거리고, 또 그래야 안정감을 느낀다.

‘남이 설계한 집’은 버려진 공간을 배경으로 만든 영상이다. 제4회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구축하는 것만이 건축이 아님을 실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리모델링한다는 개념으로 구조만 지어진 채 버려진 건물을 찾아다녔다. 짓지 않고 공간을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유니버설한 디멘션(Dimension), 사람의 신체가 필요했고 안무가와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촬영감독님의 권유로 우연히 영화제에 제출했는데, 건축 실험영화를 무용영화로 인정해 주는 게 신기했다.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 예술버스쉼터’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앞에 버스정류장을 만들기도 했다.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라는 작품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조각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기능적이고, 불필요해 보이는 요소를 만들고 싶었다. 기능을 벗어난 건축의 취약함과 조각의 아름다움이 한국 사회에서 상반된 것으로 인식되는 게 불편했다. 건축은 기능적이고 경제적이어야 하지만, 마땅히 아름다워도 된다. 보편적 인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고.

부산 소재 레스토랑 ‘PPP’
부산 소재 레스토랑 ‘PPP’

부산 소재 레스토랑 ‘PPP’

2001년에 개관한 은평구립도서관의 4차산업 체험센터를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무엇을 남기고 더했나
4.3그룹 곽재환 건축가가 구축한 구조에 불필요하게 덧댄 인테리어 요소를 덜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당시 건축과 인테리어가 각각 다른 공모로 진행돼 본래 건축의 원형을 지키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석양에 비친 콘크리트를 상상하며 지은 도서관의 원형을 되찾는 일은 한국 건축사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과거의 모습만이 아닌, 현 도서관의 원형에 집중했다. 앉아서 책만 보는 곳을 넘어 상호작용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생각했다. 원 설계자는 수정원에 비친 하늘과 빛을 통해 사람들이 사유하고 저자들과 만나길 바랐다. 따라서 지하 1층에서 수정원으로 향하는 시선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가평에 자리 잡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
가평에 자리 잡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

가평에 자리 잡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

가평에 자리 잡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
가평에 자리 잡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

가평에 자리 잡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

당신의 손길을 거친 공간들은 조각적인 면모를 지닌다. 틀을 벗어나 사고를 확장하는 비결은
먼저 기존 공간이나 건축의 원형을 생각한다. 그렇게 지어진 이유나 질서가 있다면 짚어보고, 꼭 따르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요소는 없는지, 설계하는 공간의 본질이 무엇에서 시작돼야 하는지. 최근 내 프로젝트에서 형태가 도드라지는 이유가 개인의 고유한 감각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드러난 형태보다 제목이나 쓰임에 대한 개념이 내 프로젝트에서 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형태를 정할 때 어떤 요소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생각과 개념의 원형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익숙하지 않은 공간감을 찾는다. 늘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 보지 못한 것을 찾고자 한다. 그래야 생각이 결과물의 익숙한 형태에 잠식되지 않는다.

당신의 미감에 중요한 영향을 준 것은
미감은 대체로 타고나는 것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대학원 1학기 시절, 교수님이 내 포트폴리오 표지에 실크스크린한 나비 문양을 보고 “너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프로젝트화해서 상대에게 프레젠테이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상대가 보고 싶은 것의 경계에서 절제와 줄다리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말이라 기억에 남는다.

아르코미술관 기획 전시 기억· 공간에서 선보인 의자 ‘앉히다: 다리가 자유로워질 때’
아르코미술관 기획 전시 기억· 공간에서 선보인 의자 ‘앉히다: 다리가 자유로워질 때’

아르코미술관 기획 전시 기억· 공간에서 선보인 의자 ‘앉히다: 다리가 자유로워질 때’

작업의 대부분이 텍스트에서 시작한다고 언급한 적 있다
유독 텍스트에서 영감을 잘 받는 것 같다. 학생들은 레퍼런스로 이미지를 찾는 것에 익숙하고 클라이언트들은 빠르게 이미지를 소비하는 때이지만 시각 정보는 내게 새로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누군가의 생각, 정성스럽게 서술된 활자들이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사고를 확장한다.

최근 당신의 생각을 환기한 구절을 나눠준다면
“약 260만 년 전, 지능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진 원시적 도구는 독특한 예술 작품일 뿐만 아니라 우리 문명과 인류 역사의 이정표다.” 도쿄의 문구점에서 구입한 스위스 작가의 엽서 시리즈에 쓰여 있던 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앞에 조성한 파빌리온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앞에 조성한 파빌리온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앞에 조성한 파빌리온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작업 중 얻는 기쁨은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이 있을 때. 작업하다가 매번 마주하는 세계나 창작 과정이 내게 건축을 지속하는 원동력으로 충분한지 모르겠다. 새벽 퇴근길에 경의선 숲길을 걸을 때, 문득 계절의 변화를 깨달을 때처럼, 몰두하는 삶에 파고드는 시간의 무게감이 느껴질 때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영상 프로젝트 ‘남이 설계한 집’
영상 프로젝트 ‘남이 설계한 집’

영상 프로젝트 ‘남이 설계한 집’

건축가로서 품어온 이상은 무엇이며, 그것에 얼마나 가까워졌나
고민과 실험의 연속이지만, 아직 무언가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호텔 등의 크고 작은 숙박시설, 숲속 리조트,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예술과 만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어떤 일이든 열린 시각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 본게임은 늘 오늘부터 시작이다.

엘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연예] 랭킹 뉴스

  •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주병진, 신혜선 애프터 데이트 공개 “짜릿해”
  • JYP 신인 킥플립, 장난꾸러기 매력...'Flip it, Kick it!'
  • ‘별들에게 물어봐’ 이민호, 공효진 직진 고백 “좋아해도 됩니까”
  • CIX, 4인조 첫 타이틀곡 ‘썬더’…신보 트랙리스트 공개
  • ‘오징어 게임2’ 이서환, 마침내 드러낸 ‘발톱’ [D:인터뷰]
  • 원어스, 스페셜 앨범 'Dear.M' 기대 포인트3 공개

[연예] 공감 뉴스

  • 원어스, 스페셜 앨범 'Dear.M' 기대 포인트3 공개
  • 김희철,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등급 고백
  • “더러워, 만지지 마” … 곽정희, 며느리에게 ‘투명 인간’ 취급
  • NCT DREAM 지성 "뜻깊은 30주년…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SMTOWN 완성"
  • 에스파 윈터 "S.E.S. 바다 선배님과 무대…에스파와 또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어"
  • '냉부해' 케이티♥송중기의 아들은 어떤 언어를 구사할까 [TV온에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다들 핸드폰만 들고 있겠네” 이제 무제한 신고 가능, 불법주정차 전부 아웃!
  • ‘명품 밀반입 혐의’ 양현석, “벌써 몇 번째 법원 출석?” 하지만 차는 10억짜리 마이바흐
  • “미국차 끝판왕!” 815마력, 4억원 넘는 머스탱 나온다
  • “쏘렌토 킬러 전격 공개!” 아빠들 환장하는 고성능 7인승 SUV
  • “습관적 음주운전과 술자리 폭행” 프로야구선수의 끝없는 몰락
  • “이게 진짜 트럭이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미국산 초대형 트럭 공개
  • “스포츠카도 하이브리드” BMW, 727마력 차가 리터당 12km?
  • “6000만원 EV6 차량 쾌척” 실력에 마음도 프로인 타이거즈 김선빈!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6위 추락' 맨시티 돈 뭉치 제대로 푼다! 겨울 이적 시장에 1800억 장전…제2의 살라 영입 이어 우즈벡 김민재까지 노린다

    스포츠 

  • 2
    옛날 아이돌 세대구분 논란

    뿜 

  • 3
    생각보다 호불호 많이 갈리는 회

    뿜 

  • 4
    제주도의 용머리 바위를 모티브로 지은 어느 게스트 하우스 건물

    뿜 

  • 5
    군대에서 밥반찬 이렇게 나오면 다들 좋아죽음

    뿜 

[연예] 인기 뉴스

  •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주병진, 신혜선 애프터 데이트 공개 “짜릿해”
  • JYP 신인 킥플립, 장난꾸러기 매력...'Flip it, Kick it!'
  • ‘별들에게 물어봐’ 이민호, 공효진 직진 고백 “좋아해도 됩니까”
  • CIX, 4인조 첫 타이틀곡 ‘썬더’…신보 트랙리스트 공개
  • ‘오징어 게임2’ 이서환, 마침내 드러낸 ‘발톱’ [D:인터뷰]
  • 원어스, 스페셜 앨범 'Dear.M' 기대 포인트3 공개

지금 뜨는 뉴스

  • 1
    “한남4구역 주차공간은 삼성 기술이 집약된 입주민의 새로운 생활공간입니다”

    뉴스 

  • 2
    우원식 "윤, 스스로 걸어나와야...경호처 직원들 앞길 막는 것, 너무 비겁해"

    뉴스 

  • 3
    “화장실 갔다 왔는데 아직 김선빈이 치고 있다…” 김태군 감탄, KIA 36세 MVP의 용규놀이? 1인자는 따로 있다

    스포츠 

  • 4
    안세영, 中 왕즈이에 설욕하며 말레이시아 오픈 2연패…서승재-김원호 男복식 우승(종합)

    스포츠 

  • 5
    “100통 테러…!” 탄핵 1인시위하는 노인 도왔다가 식당주인이 겪은 일은 손이 다 떨린다

    뉴스 

[연예] 추천 뉴스

  • 원어스, 스페셜 앨범 'Dear.M' 기대 포인트3 공개
  • 김희철,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등급 고백
  • “더러워, 만지지 마” … 곽정희, 며느리에게 ‘투명 인간’ 취급
  • NCT DREAM 지성 "뜻깊은 30주년…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SMTOWN 완성"
  • 에스파 윈터 "S.E.S. 바다 선배님과 무대…에스파와 또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어"
  • '냉부해' 케이티♥송중기의 아들은 어떤 언어를 구사할까 [TV온에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다들 핸드폰만 들고 있겠네” 이제 무제한 신고 가능, 불법주정차 전부 아웃!
  • ‘명품 밀반입 혐의’ 양현석, “벌써 몇 번째 법원 출석?” 하지만 차는 10억짜리 마이바흐
  • “미국차 끝판왕!” 815마력, 4억원 넘는 머스탱 나온다
  • “쏘렌토 킬러 전격 공개!” 아빠들 환장하는 고성능 7인승 SUV
  • “습관적 음주운전과 술자리 폭행” 프로야구선수의 끝없는 몰락
  • “이게 진짜 트럭이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미국산 초대형 트럭 공개
  • “스포츠카도 하이브리드” BMW, 727마력 차가 리터당 12km?
  • “6000만원 EV6 차량 쾌척” 실력에 마음도 프로인 타이거즈 김선빈!

추천 뉴스

  • 1
    '6위 추락' 맨시티 돈 뭉치 제대로 푼다! 겨울 이적 시장에 1800억 장전…제2의 살라 영입 이어 우즈벡 김민재까지 노린다

    스포츠 

  • 2
    옛날 아이돌 세대구분 논란

    뿜 

  • 3
    생각보다 호불호 많이 갈리는 회

    뿜 

  • 4
    제주도의 용머리 바위를 모티브로 지은 어느 게스트 하우스 건물

    뿜 

  • 5
    군대에서 밥반찬 이렇게 나오면 다들 좋아죽음

    뿜 

지금 뜨는 뉴스

  • 1
    “한남4구역 주차공간은 삼성 기술이 집약된 입주민의 새로운 생활공간입니다”

    뉴스 

  • 2
    우원식 "윤, 스스로 걸어나와야...경호처 직원들 앞길 막는 것, 너무 비겁해"

    뉴스 

  • 3
    “화장실 갔다 왔는데 아직 김선빈이 치고 있다…” 김태군 감탄, KIA 36세 MVP의 용규놀이? 1인자는 따로 있다

    스포츠 

  • 4
    안세영, 中 왕즈이에 설욕하며 말레이시아 오픈 2연패…서승재-김원호 男복식 우승(종합)

    스포츠 

  • 5
    “100통 테러…!” 탄핵 1인시위하는 노인 도왔다가 식당주인이 겪은 일은 손이 다 떨린다

    뉴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