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직원 한명과 예약제 식당을 운영하는 윤영배(41)씨는 11일 예약 창구를 모두 닫고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위협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지난 2일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윤씨를 사실상 ‘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며, 윤씨와 윤대통령 지지자들이 욕설을 주고받으며 다투는 영상이 올라온 게 발단이었다. 당시 윤씨는 대통령 탄핵 1인시위를 하는 노인을 다수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에워싼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해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협박 수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윤씨는 12일 한겨레에 “모르는 번호로 가게에 걸려온 전화가 하루 100통이 넘었다”고 했다. 그가 내보인 가게 앞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지난 8일 검은 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반미 빨갱이 ××가 양식 팔고 있네? 멸공!’이라고 적은 종이를 붙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윤씨는 “욕설을 한 건 내가 경솔하고 잘못한 일”이라면서도 “자영업자일 뿐인 내 인생을 망치겠다고 명예훼손과 영업방해,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우는 것)까지 예고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영상을 올린 유튜버 등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며 격앙된 지지자들의 위협이 ‘백색테러’를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누리집에는 양경수 위원장과 가족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협박글이 4일부터 이날까지 25건 올라왔다.
양경수 위원장은 한겨레에 “백골단 이야기까지 들리는 가운데 외부 활동을 공개적으로 하다 보니 실질적인 위협에 늘 긴장 상태”라며 “윤석열이 극우세력 결집을 획책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논평을 내어 “윤석열 체포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보수 극우의 백색테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라며 “더 이상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고 했다.
상대를 향한 위협뿐 아니라, 자해 위험도 높아진 모습이다. 11일 열린 윤 대통령 지키기 집회 무대에선 “장갑차가 들어오면 드러눕고, 물대포가 오면 맞으면 된다. 그럼 여론도 뒤집히고 대통령도 지킬 수 있다”며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한겨레 임재희, 박고은 기자 /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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