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님 바꿔요 바꿔.”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7)에게 10월2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은 다양한 감정, 생각이 든 경기였다. 우선 홈런을 세 방 맞고 2⅓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다. 큰 경기서 더 강해지던 대투수였기에 KIA 팬들에겐 충격이었다. 본인 역시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양현종은 후속 김도현의 호투가 고맙고 대견했다고 했고, 그 경기를 뒤집어준 동료 타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극적으로 V12를 달성해 가장 기쁜 하루였을 듯하다. 야구가 이래서 알다가도 모르는 스포츠다. 천하의 대투수가 원숭이로 치면 나무에서 떨어진 날이었다.
KIA 선수들은 지난 10일 티빙 유튜브 채널 퍼펙트 2024를 통해 작년 한국시리즈 5차전의 아찔한 순간을 돌아봤다. 김선빈과 김태군의 리액션이 더 냉정했다. 1회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실제 이범호 감독에게 건의했다.
김선빈은 “나는 뒤에서(2루수) 보잖아. 현종이 형을 많이 봤잖아. 근데 1회에 던지는 걸 보고 ‘현종이 형 진짜 안 좋다. 큰일 났다. 김영웅한테 (홈런)맞는 순간 속으로 ‘감독님 제발 바꿔요 바꿔, 교체, 교체’ 그랬다. 너무 안 좋은 게 보이니까”라고 했다.
양현종은 그날을 회상하며 “신인 때 마운드 올라간 기분이었다. 홈런을 맞으니까 불펜에서 몸 푸는 소리가 다 들렸다. 100%로 준비하고 나는 하나만 더 맞으면 바뀌는구나. 그 느낌이 신인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라고 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김선빈은 속으로 생각만 했지, 김태군은 1회초를 마치고 공수교대 때 이범호 감독에게 교체를 제의했다. “감독님, 하나만 더 맞으면 바꾸시죠”라고. 김선빈은 김태군의 얘기를 수긍했다. “진짜로 안 좋은 게 보였으니까”라고 했다. 대신 김선빈은 라커에서 양현종에게 여기서 점수 더 안 주면 된다며, 그러면 타자들이 쫓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규시즌이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을 일이다. 그러나 꼭 이겨야 하는 한국시리즈였다. 양현종이 “다들 바꾸려고 그랬구나”라고 했다. 그러자 김태군과 김선빈은 “아니, 이겨야 되니까”라고 했다. 수긍한 양현종도 고개를 끄덕이며 “끝내야 하니까”라고 했다.
어쩌면 양현종은 1~2회에 교체될 수도 있었다. 결국 그날 양현종은 3회 르윈 디아즈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바뀌었다. 김선빈은 “미안한데 디아즈에게 맞은 것 두 번 모두 뒤돌아보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누가 봐도 맞는 순간 홈런이었다.
그러나 KIA의 V12에 양현종이 없으면 애당초 불가능했다. 양현종은 2024시즌 29경기서 11승5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살짝 높았지만, 171이닝에 15차례의 퀄리티스타트, 피안타율 0.257에 WHIP 1.25를 기록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부터 양현종을 적극 관리한다. 연속시즌 170이닝을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규정이닝을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휴식을 주고, 김태형 등 예비 선발투수들에게도 종종 기회를 주며 미래를 도모하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이 오랫동안 활약하기 위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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