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만은 확실히 알자.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두고 누구는 옳다. 또 누구는 옳지 않다고 말한다. 계엄은 대통령제를 없애고 내각제로 가기 위한 쇼라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은 술주정뱅이 대통령이 술에 취해 벌인 객기라고 말한다. 이참에 이재명이도 없애고, 윤석열도 없애서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MBC, JTBC 등 거의 모든 언론이 한입이 되어 계엄은 내란이라는 합창을 하고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이 장단을 맞추고 박수를 친다.
정치에는 왕도가 없고, 또한 정치 사태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비밀들을 전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아무나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다. 산골짜기 노인, 때밀이 아줌마, 택시기사에서부터 대학교수, 정치인까지 다들 한 마디씩 하지만 사용하는 언어의 질과 감정의 깊이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하나의 사태가 수천만 국민에 의해 수 천 만개로 해석되고, 하나의 인물이 수 천 만개의 분신으로 나뉘어 전국 각지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구국영웅, 리더, 애국자로, 어떤 사람에게는 독재자, 내란 수괴, 사냥개가 되어 불철주야 쉬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거대한 혼돈의 광풍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데,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나라의 모습을 살펴보니 왼쪽 팔이 잘못 판단을 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리고 있는데, 잘 보지 못하도록 눈은 가려있고, 잘 듣지 못하도록 귀가 막혀있다. 오른쪽 팔은 있으나 왼쪽팔의 기세에 눌려 힘을 못 쓰고 있다. 다리에는 잘 걷지 못하도록 올가미가 걸려 있다. 신체의 각 부위가 뇌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각기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딱 조현병, 다중인격, 자학증에 걸린 정신질환자다.
허우적대는 몸에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셀 수 없을 정도다. 정신병에 걸려 거머리가 달라붙었는지, 아니면 거머리가 달라붙어 정신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으나, 거머리가 오동통하게 살이 불어 있는 것을 보니 피를 빤 지가 오래되었다. 서쪽의 독수리와 북쪽의 까마귀가 날아와 하늘을 날며 마지막 남은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파리 떼들이 한층 가까이에서 곪아 터진 살덩이에 파고들어 알을 낳았는데, 아래쪽 배 한 귀퉁이는 벌써 구더기가 가득하고 썩은 내가 코를 찌른다. 나라가 반쯤 수렁에 나자빠져 거친 숨을 쉬면서 왼쪽 팔과, 거머리와, 구더기들에게 아낌없이 살과 피를 내주고 있는데 너무나 참혹하여,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는 지경이다.
어찌하여 나라가 수렁에 빠져 시체가 되어 가는가? 나라를 살릴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었는가? 우리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1.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말한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만, 국민 모두가 국가의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해줄 하인들을 국민이 선출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하여 많은 장관을 탄핵하여 무정부 상태로 만들었고, 경찰과 사법부를 사조직처럼 거느리고, 엉터리 법을 양산하고 있으니, 이는 한국이 더 이상 국민이 주인인 공화국이 아니라 야당이 주인인 독재국가, 과두제 국가가 된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정치인이 나라를 수렁에 빠트린다.
2.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의 리더.
대통령은 집안에서는 부모, 직장에서는 상사, 학교에서는 스승 같은 존재다. 대통령은 깔보고 욕하고 무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고 예를 차려야 할 대상이다. 세상 만물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위계질서이다. 위계는 자연의 질서이며 이것 없이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으니 인간 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위계가 없으면 아무도 자유, 안전, 생명, 재산을 지킬 수 없다. 명령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복종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자긍심과 명예를 잃지 않고 복종하는 것은 고상한 인품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이 훌륭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이 지켜야 할 예의와 도리를 잃으면 나라가 수렁에 빠진다.
3. 계엄을 충동적으로 선포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계엄을 아무렇게나 내려진 것이라고 폄하를 하는 사람과 언론이 있다는 사실이다. 계엄이란 매우 위중한 사안이므로 그것이 내려졌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정상인데, 대통령이 위기에 몰려서 심지어 술 취해 내린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국가의 운명뿐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운명이 걸렸으며, 수천만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역사에 기록될 일을 충동적으로 할 수 있는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아닌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보지 않고 적대시하는 치졸함, 중대한 결단을 조롱하는 경솔함이 나라를 수렁에 빠트린다.
4. 탄핵은 계엄보다 나쁘다.
탄핵은 네 가지 측면에서 계엄보다 나쁘다. 첫째는 선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것이다. 선거야 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탄핵은 선거의 가치를 가장 심하게 훼손시킨다. 둘째는 한 번의 탄핵 성공은 연쇄 탄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탄핵은 상호존중과 자제라는 의회가 지켜야 하는 정치규범이 무너진 것이다. 정치규범이 무너지면 의회는 기능을 잃고 당파싸움을 일삼는다. 셋째는 국민을 탄핵이나 당할 정도의 대통령을 뽑는 낮은 수준으로 격하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범죄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면,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은 그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생겨 선거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넷째는 탄핵이 사회 곳곳에 퍼져 작은 탄핵들이 빈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의 국가에 태도가 사회 전반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데 요즘 수틀리면 항명하고 일을 그만두는 무책임하고 저급한 행위가 만연한 것은 정치인의 잘못이 크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그 힘을 믿고 정적을 탄핵하여 제거하려는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면 나라는 수렁에 빠진다.
5. 국가의 통치체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국가는 하나의 육체며, 국민 각자는 육체를 이루고 있는 세포다. 국가는 하나의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국가를 지킬 수 있으며, 발전이라고 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명령과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행동하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나라를 수렁에 몰아 빠트린다.
6. 불의는 아무리 포장해도 불의다,
불의는 한마디로 남을 해치고, 사회를 해치고, 국가를 해치는 해서는 안 되는 모든 행위로 이미 저질러져 흔적이 남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불의를 저지른다. 불의를 저지르는 가장 큰 동기는 당장의 이익은 크지만, 나중의 처벌은 작다는 것이다. 모든 불의에는 부당한 이익이 있으며, 불의가 클수록 부당한 이익도 크다. 그런데 불의를 덮을 수 있는 법을 만들 수 있고, 선의로 포장할 수 있는 언론을 동원할 수 있고, 재판관을 매수할 수 있는 권력자들은 대담하고 뻔뻔하게 불의를 저지르는데, 그런 권력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어떤 인간은 심지어 인생 전체가 불의로 가득한데, 그것은 그동안 용케도 불의는 덮을 수 있는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것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다. 권력에서 물러난 후를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은 불의를 저지르려는 유혹을 견뎌낼 것이다. 그렇지 못한 어리석은 권력자라면 권력을 잃은 후 반드시 응징을 당할 것이다. 불의를 감추려고 권력을 결사적으로 붙잡고 있는 권력자들이 나라를 수렁에 빠트린다.
이해 받기도, 설득하기 어렵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 전쟁, 그리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이지만, 사심 없는 어떤 호소도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나치의 인종주의, 스탈린의 계급주의가 전체주의를 완성했을 때, 최근 코로나 판데믹의 백신패스 때도 이러한 무서운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많은 20대 30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수렁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아직도 자발성이 살아 있다는 것, 그것도 젊은이에게 살아 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왜냐면 젊은이의 자발성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알리는 분명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말에는 시작을 포함하고 있음은 변치 않는 역사적 진리다. 한국 젊은이들의 시작이 사태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음은 무엇보다 확실히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오순영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