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업은 ‘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수많은 전자제품들이 이 곳에서 생산된다. 중국에서의 ‘생산’은 단순히 제품을 요청에 따라 저렴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꽤나 놀라운 모습을 선보일 때도 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일원에서 7일(현지시각)부터 열린 CES 2025 부스 중, ‘사우스 홀’의 전시 내용은 여느 곳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노스나 센트럴 홀이 유명 브랜드의 격전장이라면 사우스 홀은 중국 중심의 제조업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스마트 워치 “6.9달러부터 가능해”
이번 CES 2025의 전시 부스 현장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워치’와 ‘갤럭시 링’ 이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링 형태의 디바이스들이 많이 선보였다. 특히 어느 부스에서는 스마트 워치를 소개하면서 ‘최소 6.9달러(약 1만원)’라는 파격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우스 홀을 돌아보다가 스마트 워치와 링 형태의 디바이스를 전시한 한 중국 업체에 직접 물어봤다. 이 업체는 “현재 전시된 것 중 가장 저렴한 워치는 6.9달러부터 시작한다. GPS를 장착한 제품도 15~20달러(약 2만2000원~3만원)면 충분하다. 제일 고가의 제품이 49달러(약 7만2000원)”라 했다. 만듦새는 조금 가벼워 보이긴 했지만 크게 흠잡을 데 없았고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었다.
일상 생활에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주문자생산(OEM)형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 업체에 전시된 제품의 가격을 물어봤다. 미디어텍 헬리오 G99(MT6789)와 12GB 메모리, 6.78인치 아몰레드(AMOLED) FHD+ 디스플레이에 1억화소 카메라를 갖춘 모델은 ‘149달러(약 22만원)’, 미디어텍 디멘시티 8200(MT6896)과 12GB 메모리, 6.95인치 FHD+ 디스플레이와 1억화소 카메라를 갖춘 모델은 ‘199달러(약 29만원)’다. 한국 시장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을 조건들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동시통역 이어폰’, 의외로 현실에 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 나와서 곤란함을 겪을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통역’ 기능이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의 성능들이 좋아지면서 앞으로는 외국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통역 기능을 사용하는 건 제법 번거로운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CES 2025의 사우스 홀을 돌아보다 눈길을 끄는 제품 중 하나는 이 ‘통역’ 기능을 갖춘 무선 이어폰이었다. 이는 무선 이어폰을 충전하는 케이스에 소형 터치스크린과 안드로이드 기반 커스텀 환경을 넣고 여기에 GPT-3 계열 모델을 탑재해 수십 개 언어에 대한 동시 통역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지원되고 네트워크 연결과 오프라인 모드 모두 가능하다. 사용도 간편하고 번거로움 없이 동시 통역에 준하는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이다. 한편, 이 업체는 “다른 모델은 이미 한국 내 통신사에도 납품한 적 있다”고도 언급했다.
라스베이거스=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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