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여권 인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소개하며 ‘극우 유튜브’를 보는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지적했다. 비판 언론을 적대적으로 두고 귀를 닫은 탓에 망상에 빠져 극우화됐다는 것이다. 한겨레 논설위원도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빠진 건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강조했다.
윤완준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10일 「신문 보지 말고 극우 유튜브 보라 한 尹」 칼럼에서 총선 전 윤석열 대통령이 여권 한 인사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소개했다. 칼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정상화 △화물연대 대응 △민노총 건폭 혁파 △노조회계 투명화 △사교육 카르텔 혁파 △R&D 혁신 구조조정 △늘봄학교 추진 △의료개혁 의사 증원을 자신의 성과라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국익과 국민만 보고 추진한 것”이라 했고 여권 인사는 의대 정원 증원의 경우 선거 뒤에 조정할 수도 있으니 유연하게 대처하라 조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는 (선거) 못 이겨요. 신문 보지 말고 민심을 들으세요”라며 “보수언론의 권력 지향 행각과 왜곡 선동이 도를 넘었지만 일반 민심을 봐야 한다”고 짜증을 냈다는 게 윤완준 논설위원의 설명이다.
윤완준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보수언론이라는 규정도 모호하지만 보수언론이라면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야 한다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마저 진영 대결과 정파적 이해관계의 셈법으로 적대시한 윤 대통령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윤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참모들은 비판 기사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경질적이고 적대적이었다. ‘당신들과 통화하다 감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며 “윤 대통령은 민심을 들으라 했다. 그가 말한 민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여권 인사에게 물었다. 그는 ‘극우 유튜브’라며 극우화는 예정된 코스였다고 했다. 지난해 초부터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 링크를 공유하며 자신의 생각과 정말 맞는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판에 귀 닫은 윤 대통령의 언론관이 음모론에 빠진 원인이라는 것이다. 윤 논설위원은 “극우 유튜브라는 ‘좁은 대롱’으로 본 세상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윤 대통령은 참패가 자신 때문이 아니라 부정선거 탓이라는 망상에 빠졌다”며 “그 어떤 대통령보다 ‘가짜뉴스 척결’을 주장했지만 그 자신이 진짜이고 민심이라 믿은 그 내용이 음모론 수준의 가짜뉴스임은 깨닫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재성 한겨레 논설위원도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빠진 건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봤다. 나라를 장악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 특유의 ‘주류 의식’으로 극우 유튜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0일 「트럼프처럼 복귀하겠다는 윤석열의 망상」 칼럼에서 이재성 논설위원은 계엄 옹호 세력을 가리켜 “이들의 자신감은 주류 의식에서 비롯한다. 대한민국을 세운 우파의 후예로서 나라의 골간을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윤석열이 헌법과 법률을 짓밟고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을 비롯한 친위세력이 이 나라의 주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류여서 성공한다고 생각했고, 실패한 뒤에도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술에 취해서나 유튜브에 정신이 팔려서가 아니다. 본인과 아내의 범죄를 영원히 덮을 해결책을 유튜브에서 발견했을 뿐이다. 극우 유튜브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했다.
이재성 논설위원은 “지금 윤석열은 트럼프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며 “미국의 극우 트럼프와 한국의 극우 윤석열은 근본 바탕이 다르다. 트럼프가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에 야욕을 드러내며 깡패짓을 하는 데서 알 수 있듯, 트럼프의 이념은 순도 높은 자국이기주의다. 반면 윤석열의 극우는 소수 지배층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자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대주의와 자학적 세계관의 혼종 이념”이라고 했다.
이재성 논설위원은 “어찌 됐든 다수 민중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와 소수 엘리트 및 광신적 반공주의자들만이 지지하는 윤석열의 차이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크다. 트럼프가 명실상부한 다수파 주류라면, 윤석열은 소수파 주류”라며 “우리 사회의 주류는 바뀌고 있고, ‘슈퍼 울트라 라이트’의 저항은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의 역적이 남긴 더러운 유산을 치우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조급하면 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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