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투자와 성적은 비례한다.’
모든 일이 비슷하겠지만 특히 프로축구에서는 공식처럼 통하는 말이었다. K리그도 소위 ‘부자 구단’들이 순위표 상단을 싹쓸이하던 시절이 있었다.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등이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수준급 선수들을 사들여 국가대표급 로스터를 꾸린 뒤 리그, 코리아컵(FA컵) 등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2024시즌 K리그는 투자와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았던 ‘스몰마켓’ 팀들의 성적이 ‘빅마켓’ 팀들을 위협하거나 심지어 압도했다.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선수단 연봉으로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 팀은 K리그1 우승팀 울산HD(209억 1237만 원)다. 울산은 선수당 평균 연봉도 6억 1206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위에 오른 강원FC의 연봉은 리그 전체 10위 수준(83억 8813만 원)이었다. 우승팀의 절반도 안 쓰면서 준우승했으니 이른바 ‘가성비 갑’이었던 셈이다. 군(軍)팀인 김천 상무를 제외하고 파이널 그룹 A에 올랐던 5팀 가운데 5위 수원FC(88억 3537만 원)와 6위 포항 스틸러스(95억 3625만 원)도 비교적 적은 연봉으로 좋은 성적을 올린 대표적인 가성비 구단이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강원, 포항 등은 잘 갖춰진 유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쓰면서 전략적인 접근을 했다. 또 비효율적인 지출을 줄이는 한편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임대 영입 등으로 데려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스몰마켓 구단들의 약진이 자극제가 된 것일까. 2025시즌을 앞두고 울산, FC서울, 전북 등 빅마켓 구단들은 작정한 듯 ‘폭풍 영입’을 이어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광주FC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공격수 허율과 이희균을 영입하고 왼쪽 수비 자리에 FC서울에서 뛰었던 강상우를 영입하며 전방위로 선수단 강화를 꾀했다. 지난 시즌 4위 FC서울은 베테랑 왼쪽 수비수 김진수와 공격수 문선민, 미드필더 정승원 등을 영입해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꾸렸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가까스로 잔류한 전북은 국가대표 골키퍼 송범근 등을 보강하며 다음 시즌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준척급 이상 선수들을 보강하고 있는 빅마켓 팀들과는 다르게 강원, 포항 등 가성비 구단들은 주로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이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비시즌 이적시장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빅마켓과 스몰마켓의 2025시즌 결말은 각각 어떤 모습일까. 임 위원은 “시즌을 앞두고는 활발한 영입을 한 팀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강원이 주포 역할을 했던 양민혁의 공백을 잘 메우고 포항이 영입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간 조화를 통해 기존에 잘 구축해 놓은 끈끈한 팀 조직력을 유지하는 등 전략적인 보강을 이뤄낸다면 올해도 울산, 서울 등 우승권으로 불리는 팀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