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차 공세가 예고된 가운데 일부 모델의 고객층이 겹치면서 집안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공개하며 신차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2세대 팰리세이드가 공개되자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고 9인승 모델이 추가된 것이 이유다.
높아진 인기는 사전예약 수치에서 드러났다. 현대차에 따르면 사전계약 첫날 총 3만3567대가 계약됐다. 이는 현대차·기아 신차 중 2022년 8월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 6의 첫날 사전계약 규모인 3만7446대, 2023년 11월 기아 더 뉴 카니발 3만6455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계약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하이브리드 7인승 모델의 비중은 48%에 달했으며 9인승 하이브리드 모델은 28%였다. 일반 가솔린 모델 대비 6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유류비가 지속 상승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이전 세대 대비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65밀리미터(㎜), 70㎜ 길어진 차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트 옵션과 탑승 인원 등 개선된 상품성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이에 따라 기아의 주력 모델인 카니발의 영역을 침범하며 잠재 고객을 일부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2.5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선택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경우 1.6ℓ 가솔린 터보와 전기모터를 조합한 구성으로 245마력의 시스템 총출력을 발휘한다. 성능에 대해 일부 고객들은 다인승 모델이기 때문에 많은 탑승객을 태울 경우 출력이 부족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300마력 이상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1회 주유로 100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효율성도 카니발 대비 우수하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둔 현대차 최초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도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된 아이오닉 9은 3열 공간을 갖춘 모델로 110.3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532㎞를 주행할 수 있다. 또 10%에서 80%까지 충전 시 24분이 소요된다. PE 시스템은 ▲2WD 항속형 ▲4WD 항속형 ▲4WD 성능형 등으로 구성된다.
아이오닉 9은 EV9에 비해 높은 성능과 효율성이 무기다. EV9에는 99.8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며 2WD 19인치 타이어, 7인승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501㎞다. 아이오닉 9 대비 30㎞가량 적은 수치다.
차체 크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아이오닉 9의 경우 길이, 높이가 각각 5060㎜, 1790㎜로 EV9 대비 50㎜ 길고 35㎜ 높다. 휠베이스 역시 3130㎜로 EV9보다 30㎜ 길다. 차체 크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내 공간 부분에서도 아이오닉 9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넥쏘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차 중 하나다. 현대차는 27년간 이어온 수소차 개발 기술력을 모두 담은 모델이기도 하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이니시움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수소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공세에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와 소형 SUV 등 가성비 높은 모델로 반격에 나선다.
기아는 올해 완전변경 셀토스를 선보이며 현대차 코나의 질주를 저지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형 셀토스에는 신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전자식 상시 사륜구동(E-AWD)이 탑재될 예정이다. 셀토스에 탑재되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뒷바퀴에도 전기모터가 추가돼 노면 상태나 주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동력 분배를 조절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형 셀토스와 함께 전동화 모델인 EV4와 EV5도 가세한다. 기아는 전기 세단 EV4와 전기 SUV EV5를 투입하며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는 동시에 보급형 전기차로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4와 EV5의 연간 판매량이 3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아의 계획대로 두 차종이 출시되면 현대차와 달리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앞설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대차그룹 최초의 목적기반차량(PBV)인 PV5도 올해 선보이며 현대차 ST1을 견제하고 빈틈을 공략할 예정이다. PV5는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중형 PBV로 여객용, 화물용 등 이용 목적에 따라 차량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PV5는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되며 현재 생산 준비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PV5가 등장하면 전기 소형 상용차인 현대차 ST1과 포터 일렉트릭의 판매량을 일부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기아 브랜드 첫 픽업트럭 타스만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는 타스만을 통해 픽업트럭이라는 특수 시장을 공략하며 점유율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타스만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조한 픽업트럭으로 가솔린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81마력을 발휘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올해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며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동시에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회사가 출시하는 모델이 일부 겹치기 때문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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