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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조선하청노동자 농성장 철거에 시민들 달려와 ‘연대의 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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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7일 한화그룹 본사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장을 차리려 했으나 사측의 방해로 무산됐다. 일부 시민은 농성이 좌절된 노동자들 곁을 지키며 밤을 새웠다.

하청 노동자들은 한화그룹을 향해 “깡패기업의 본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비판하는 한편, “남태령에서 온 소녀와 거제 조선소에서 온 하청노동자가 만난 다정하고 아름다운 연대의 밤이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7일 저녁 7시경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에서 5대의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회가 농성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11월부터 한화오션에 조선하청노동자 임금체불 근본대책 마련 및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 경남 거제 한화오션 본사 앞 농성 등 투쟁을 해왔지만, 교섭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건강 악화로 49일 만 단식 중단…”힘 모아 더 투쟁할 것”)

한화오션 측은 용역을 동원해 텐트를 걷어냈다. 그 과정에서 한 조합원이 용역에게 끌려나가지 않으려 텐트 안에서 버티다 부상을 입었다. 지켜보던 조합원과 시민들이 “사람이 있잖아요”, “사람이 다치면 책임질 거예요”라고 외치며 용역들을 말리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지회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시 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을 폭력으로 파괴하려 했다”며 “게다가 한화본사 정문과 화단 사이는 사유지가 아니라 ‘공개공지’다. 한화오션이 텐트 설치를 막고 부술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2019년 금속노조가 같은 ‘공개공지’에 천막을 치자 한화오션이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며 “한화오션은 법으로 안 되면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기업의 본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한화오션 조선하청노동자들이 설치한 텐트를 철거하려는 용역과 막으려는 조합원,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한화오션 조선하청노동자들이 설치한 텐트를 철거하려는 용역과 막으려는 조합원,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지회 측 농성은 좌절됐지만, 한화그룹 앞에 연대의 걸음이 이어졌다. 농성장 설치 무산 소식이 X(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알려지자, 청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70여 명의 시민이 한화그룹 본사 앞으로 몰려온 것이다. 이들은 한화그룹 본사 앞에 깔린 은박지 위에 앉아 두꺼운 옷을 입고 은박 이불, 침낭 등을 둘러싼 채 버티며, 밤새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전국농민회총연합이 트랙터 행진을 벌인 남태령에도, 한남도 관저 인근 한강진 시위에도 함께하지 못해 이곳에 왔다고 밝힌 A씨는 “제 본가가 조선소로 유명한 울산”이라며 “어릴 적부터 너무나도 많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봤고, 다치는 모습도 봤고, 그게 어떻게 뉴스에서 다뤄지는지도 보면서 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였지만 회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며 “‘나중에’라는 말이 그렇게 나쁜 말인지 몰랐다. ‘나중에’라는 말을 계속 되뇌다 보니 제가 ‘나중에’ 대상자가 되더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나중에’라는 말을 되뇌지 않도록 행동하려고 여기 나왔다”고 밝혔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인 한화생명e스포츠의 팬이라고 소개한 B씨는 “롤 경기장에 직접 가기도 하며 (한화생명E스포츠를) 굉장히 많이 응원했는데 한화라는 이름이 지금 굉장히 부끄럽다”며 “한화 선수들 연봉이 꽤 세다. 그 연봉 조금 쪼개서 하청노동자에게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화는) 돈 잘 쓰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돈이 있는데 선수를 왜 못 사냐’ 이런 말을 하는 팀”이라며 “그런데 왜 노동자에게는 돈을 안 주고 선수들에게만 주나”라고 한화그룹을 질타했다.

한화그룹 본사 앞을 찾은 시민들의 자유발언은 8일 오전 7시경까지 이어졌다. 이후 지회는 일단 시민들을 집에 돌려보내고 자리를 정리한 뒤 한화그룹 본사 앞 선전전을 시작했다. 지회는 현재 향후 계획을 논의 중으로, 이날 저녁 다시 한 번 농성장 설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남태령과 한남동에서의 뜨거운 연대의 밤이 한화본사 앞에서 재현됐다”며 “남태령에서 온 소녀와 거제 조선소에서 온 하청노동자가 만난 다정하고 아름다운 연대의 밤이었다”고 연대한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깡패기업 한화의 폭력은 수많은 빛깔로 반짝이는 연대의 남태령을 넘지 못할 것”이라며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2024년 임단투 승리하고, 탄핵광장의 노동자 시민과 함께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파면하고, 비정규직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 한화오션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노숙농성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 ⓒ금속노조
▲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 한화오션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노숙농성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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