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 한 달 새 몰라보게 수척해졌어요. 흰머리도 늘었고요.”
지난달 8일 이상민 전 장관의 자진사퇴로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고기동 차관을 두고 행안부 한 직원이 한 얘기이다.
정부 조직과 지방행정, 안전, 디지털 정부 등을 총괄하는 행안부는 업무나 직원 수에 있어서 정부 내 가장 큰 부처다.
이에 따라 행정과 안전 차관을 따로 두고 있지만, 갑작스런 장관의 사퇴로 행정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게 된 것이다.
행안부는 앞서 한창섭 전 차관 때에도 10·29 참사와 관련 이상민 전 장관 탄핵(2023년 2월 8일)으로 6개월여 직무대행체제를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현 시국이 ‘12·3 비상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이 추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기동 장관 직무대행이 느끼는 중압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179명의 피해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안전부처의 책임자로서 그가 챙기고 수습해야 할 일은 더 늘었다.
이와 관련, 고 차관은 지난 7일 출입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제일 관심을 두는 것은 국민의 보통의 하루와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금 재난과 관련해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행정 차관 역할에다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안전부처의 장 임무까지 1인 2역을 해야 하니 바쁠 수밖에 없다.
원래 고 차관은 동안에다가 밝은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일에는 장사 없다고 한 달여 동안 크고 작은 회의만 40여 차례에 안 살림까지 챙겨야 하니 자신을 돌볼 시간이 있을 리 없다.
이런 그를 두고 산하단체에 장으로 있는 선배 공무원은 “누군가는 맡아야 할 막중한 자리지만, 개인으로서는 장관 직무대행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차관은 1971년 대구 출신으로 수원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1995년 행시 38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담당관, 행정자치부 장관 비서실장, 대통령 비서실 선임행정관,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과 정부혁신기획관, 인사기획관을 거쳤다.
그는 차관 임명 당시(2023년 8월 22일) 행시 세 기수(35·36·37회)를 건너뛰어 기수파괴로 관가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간결하면서도 메시지 전달이 확실한 취임사를 보면서 “고 차관을 다시 보게 됐다”는 직원들이 적잖았다. 이후 차관이 되면서 그의 진면목이 나왔다는 평가도 돌았다.
사실 고 차관은 지난 연말 교체를 앞두고 있었다. 차관에 임명된 지 1년 4개월여가 되면서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까지 돌았었다.
그런 그가 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장관 대행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의 차담회는 출입기자 대부분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대행을 맡은 거의 한 달 동안 여러 일이 많았지만, 행안부 직원들에게 계속 드리는 말씀이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며 “오늘 밤부터 남부 쪽에 대설이 내린다고 하니 잘 대처하고, 10일엔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민생을 위한 길은 지방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와 협력관계를 더 공고히 할 계획이다”고 행안부 운영 방침을 밝혔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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