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된 거 같아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승강기가 멈추면 어떻게 사나요.”
6일 오전 10시쯤 인천 계양구 오류동 신동아아파트 출입문에는 승강기 전면 교체 공사 일정과 함께 운행 정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 12층에 사는 이옥례(72·여)씨는 “다리가 부러져 석고 붕대를 한 채 목발을 짚고 생활하고 있는데 한 달 넘게 혼자서 어떻게 지내야 하나 싶다”고 호소했다.
1192세대 규모 10~13층짜리 아파트 17개 동에서 운영 중인 승강기 49대 중 34대가 이날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승강기 점검 날짜에 맞춰 나머지 15대는 오는 8일부터 차례대로 멈추며 10일에는 승강기가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최근 고관절 수술을 받은 7층 입주민 박모(77·여)씨도 “이 다리로는 계단으로 오르고 내려올 수 없어 한 달 내내 집에만 있게 생겼다”며 “아파트 주변에 특수학교가 있어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많고 보행 보조기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불이라도 나거나 아픈 사람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우려했다.
인천일보 취재 결과, 1997년 지어진 신동아아파트는 2012년과 2018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승강기 정밀안전검사를 받았지만 노후 승강기에 안전부품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7년 승강기안전관리법 개정으로 21년이 지난 승강기에는 이중 브레이크 등 모두 8개 안전부품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불합격 처리된다.
아파트 측은 지난해 9월 공단으로부터 “4개월 안에 안전부품을 설치하라”는 최후통첩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29일과 11일3일 두 차례 승강기 전면 교체 공사업체 선정 공고를 냈지만 유찰돼 같은 달 28일 시공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약 25억원에 수의계약을 맺었다.
시공사 측은 우선 이날부터 내달 14일까지 승강기 49대 중 25대를 교체하고, 내달 17일부터 3월21일까지 나머지 24대를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공사 규모가 크다 보니 장기수선충당금을 집행하는 데 여러 의견이 오가기도 했고 두 번이나 유찰돼 공사가 미뤄졌다”며 “노약자가 많은 동부터 승강기 공사에 들어갔으며 1차 공사가 끝나면 다른 라인 입주민들은 옥상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민 중 65세 이상 입주민이 690여명, 장애인이 60여명으로 보행 약자가 많다 보니 입주민들은 관할 지자체와 공단에 승강기 운행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공단 측에 승강기 운행 정지 기간을 한 달 정도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규정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6월 중구에 있는 15층짜리 라이프비취맨션 3차 아파트에서도 보름 넘게 승강기 가동이 중단됐다가 정부의 ‘조건부 운행 허용’으로 입주민들이 가까스로 승강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인천일보 2024년 6월10·17·18·24일자 7면 ‘[단독] 15층 아파트 승강기 운행 중단 …노약자·장애인 어쩌나’」
/글·사진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