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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2차전…尹측 “‘졸속’ 아닌 ‘신중’ 판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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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국가원수에 대한 파면 여부를 다루는 사건인 만큼, 급하게 처리하기 보단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軍警 투입 이유 말해달라”…尹측 “가장 중요한 부분, 충분한 정리 필요”

헌법재판소(헌재)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헌재는 지난 기일 윤 대통령 측에게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에 군대와 경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관련 답변이 제출되지 않자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에게 “준비가 덜 된 것인지, 군대와 경찰 투입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 측은 “워낙 중대하고 중요한 부분이라 나중에 정식 변론에 들어가면 밝히겠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투입 이유라도 설명해줘야 쟁점 정리가 가능하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왜 선포·투입했는지’ 등에 대한 의견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서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며 “또 ‘이유’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 마디 정도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군대를 투입한 것 자체만으로 언론에서 ‘내란이다’는 등 보도가 나가는 상황”이라며 ‘왜 그렇게 됐는지’를 전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지연할 생각은 없다. 재판에서 질 거라 생각하거나, 피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왜 계엄이 일어났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정리해 설명하겠다”고 부연했다.

정 재판관은 “주장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정식 변론에 들어가면 밝혀달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것이 2024년 12월 14일이고, 지금은 2025년 1월 3일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답변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지연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연시키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을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국가원수고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에 의해 선택된 사람이다.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 부정이고, 민주질서 부정”이라며 “대통령 탄핵심판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졸속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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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보윤 변호사가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측 “‘내란죄’ 탄핵사유 철회, 국회 의결 거쳐야”

이날 양측의 쟁점에 대한 정리도 진행됐다. 앞서 헌재는 지난 기일 탄핵소추 의결서에 기재된 탄핵사유를 기반으로 쟁점을 정리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계엄 선포 △계엄 포고령 1호 발령 △국회 봉쇄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압수수색 등 4가지 행위가 위헌·위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주된 사유였다.

당초 내란죄 등 형법 위반도 사유에 포함돼 있었으나, 국회 측은 “헌법재판이 자칫 형사재판으로 변모될까봐 우려된다. 헌법재판 성격에 맞게 각 위반 행위들을 헌법 위반에 포섭해 정리하겠다”며 각 탄핵사유들에 녹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헌재가 “형법 위반 부분은 철회한다는 것인지”라고 묻자, 국회 측은 “사실상 철회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야권이 계속 내란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등 ‘내란죄’는 탄핵소추의 본질적 요소였다. 그런데 형법이 아니라 헌법 위반으로 보자며 어물쩍 넘어갔다”며 “그런 내란죄를 빼게 되면 탄핵소추 자체가 부실해진다”면서 “또 애초에 내란죄는 형법상 문제지 헌법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 내란죄 등 형법위반 부분이 중요한 탄핵사유였던, 만큼 해당 내용이 철회된다면 탄핵이 인용돼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은 철회 여부도 국회에서 의결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 자체가 국회에서 의결을 통해 정해진 것이라, 안의 탄핵사유를 수정할 때도 국회의 협의를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회 측은 “내란죄 부분을 철회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란죄 성립 여부는 형사재판에서 진행되고 입증될 것이다. 탄핵심판은 헌법사건인 만큼 헌법 위반 여부로 다투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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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 “‘수사기록’ 증거 채택” vs 尹측 “이의 신청”

헌재는 양측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채택 여부도 일부 밝혔다. 앞서 국회 측은 각 수사기관에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기록을 요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법에 따라 수사기록이 증거로 채택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헌재법 32조는 헌재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미선 재판관은 “헌재가 신청하는 송부 촉탁은 헌재법 규칙 등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수사기록은 이번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록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록을 인정하게 되면 청구인인 국회가 탄핵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이 해당 기록에 대해 사실 여부를 다퉈야 하기 때문에 입증책임이 뒤바뀐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문제가 됐던 지점인데 다시 반복되는 것이 대리인으로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일단 채택은 됐으니 추후 이의 신청서가 제출되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헌재는 이날로 변론준비 절차를 마치고 다음 기일부터는 정식 변론에 돌입하기로 했다. 1차 변론은 오는 14일, 2차 변론은 16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후 오는 21일과 23일, 다음달 4일까지도 변론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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