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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위로하며 살아온 목사가 현재 무안공항에 머무는 까닭: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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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분향소(좌), 임의진 목사(우) ⓒ뉴스1, 한겨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분향소(좌), 임의진 목사(우) ⓒ뉴스1, 한겨레

“사랑 있는 곳, 정의 있는 곳, 평화 있는 곳, 눈물 있는 곳, 그곳에 주님 계시도다.”

세밑 저녁, 시인이자 화가인 임의진(56) 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기자는 깜짝 놀랐다. 제주항공 참사로 누나 부부와 여동생까지 3명의 가족을 떠나보냈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잠시 남쪽 나라로 겨울 휴가를 다녀온다던 사랑하는 손위 누이… 간호사 막내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었다.” 임 목사는 처음엔 “비행기 맨 뒷좌석이라 살 줄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 슬픔을 내가 겪지 누가 겪게 할까, 십자가 사건 속에 깃들어 이곳 무안공항에서 ‘유족으로 함께 머무는 시간’이다.”

1일 아침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 2층 대합실. 제주항공 참사 유족을 위해 마련된 텐트형 임시 쉼터에서 임 목사를 만났다. ‘44번 텐트방’이었다.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손을 잡았다. 맑은 얼굴에 언뜻 눈물이 비쳤다. 그는 “4 자가 겹쳤다고 (다른 사람들이) 꺼려서 그냥 제가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작은 텐트 안을 ‘기도의 집 44’로 이름 붙였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려는 공항의 44번 쉼터. 며칠간 내 암굴, 기도와 명상의 집. 내가 들어간다니 곁에서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일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있으려 한다.”

사회적 참사로 슬퍼하던 유족들을 위로하며 살아온 그는 지금 ‘유족’이 됐다. 전남 강진 ‘남녘교회’에서 10년 동안 담임목사를 했던 그는 광주 대안공간 메이홀 관장을 맡아 5·18 항쟁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그림 전시회와 음악회를 자주 열었다. 임 목사는 이날 “세월호 유족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딸을 잃은 10년의 세월을 찍어 ‘바람의 세월’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한 문종택씨가 밤새도록 곁을 지켰다.

임의진 목사가 머무는 텐트 ⓒ임의진목사페이스북
임의진 목사가 머무는 텐트 ⓒ임의진목사페이스북

임 목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 목사다. 아버지는 전도사를 둘 형편이 안 될 정도로 가난한 교회 목사였다. 아버지는 한겨울 냉기가 도는 목사관에 있는 자녀들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건넸다. 누나와 여동생은 목사관의 코코아 향기를 함께 기억하곤 했다. “어려서부터,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같이 듣던” 누나와 여동생에게 임 목사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여느 해와 달리 지난 연말 가족여행 땐 동행하지 않았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인 그는 두달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부 등과 유럽 순례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이날 44번 기도실에서 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제법 온전한 우리 가족 시신을 일찍 거두었으나, 아직도 찾지 못한 이들 있다 하여 이 찬 바닥에 여태 같이하는 중이에요.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 두고 발을 떼기 주저되네요.”

임 목사는 이날 179명 희생자 유족들과 처음으로 참사 현장 가까이에 갔다. 추락한 여객기 흔적 앞에 차려진 새해 차례상 앞에서 그는 눈을 감고 누이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유가족의 흐느낌에 가슴이 아렸다. 

한겨레/정대하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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