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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제전망]③ 확장 재정 필요하지만… 전국민지원금·지역화폐는 안 돼

조선비즈 조회수  

[편집자주] 2024년말 계엄·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새해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기존 국제 통상 원칙을 무시하고, ‘새로운 규범’을 제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은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2025년 ‘을사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내우외환’으로 요약된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국내 경제전문가 34인의 한국경제 전망과 제언을 담았다.

건전 재정을 강조하며 긴축 일색이었던 현 정부의 재정 운용 방식을 ‘확장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편성된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가급적 빨리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 재정 운용이 전국민지원금·지역화폐 정책에 활용돼선 안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역화폐의 경우 지원이 시급한 취약 계층이 아닌 중산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지금껏 긴축… 올해부턴 확장 재정 운용해야”

1일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부 재정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 과반(55.9%)이 ‘경기 둔화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 운용’을 꼽았다.

뒤이어 ‘경기 부양을 노리되 재정 건전성 약화를 최소화하는 중립 재정 조정’(35.3%)을 선택한 응답이 많았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긴축 예산 편성’(5.9%)은 응답자가 적었다.

이는 현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온 재정 정책이 과도하게 긴축적이었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컸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재정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항목에 ‘재정 소요 대비 지출을 제한한 긴축적 재정 운용이었다’(47.1%)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세수 대비 재정 지출을 줄이지 못한 확장적 재정 운용이었다’(26.5%)는 답변은 두번째로 많았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해 재정 운용에 차질을 빚은 것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세수 결손의 원인으로는 ‘경기둔화로 인한 기업 실적 하락’(73.5%·중복 응답)과 ‘낙관적인 세입 전망’(58.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정부의 애초 취지였던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은 건전재정 운용이었다’로 평가한 이는 17.6%에 그쳤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전문가 10명 중 9명은 “추경 검토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경 편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대한 빨리 착수해야 한다’(59.4%)고 본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필요는 하지만, 당장 할 정도로 시급하진 않다’(31.3%)는 답변은 그 뒤를 이었다. ‘추경 편성이 필요하지 않다’(9.4%)는 의견은 가장 적었다.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해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편성된 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내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경기 방어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외 부문 부진이 불가피해 추경을 통한 내수 회복이 전개돼야 1% 후반대 경제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경이 필요하지만 그 시기는 차분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들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추경 논의 시점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 이후’(30%),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13.3%),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 출범 때’(10%) 등 탄핵 정국 이후 정치 스케줄을 고려한 답변이 과반이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전국민지원금 ‘반대’ 압도적… 지역화폐 반대 우위

전문가들은 확장적 재정 운용이나 추경 편성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바라면서도, 야당에서 추진하는 전국민지원금이나 지역화폐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었다. 소비 진작을 위한 전국민지원금 지급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변은 단 2명(6.1%)뿐이었고, 대부분(93.9%)이 반대를 택했다.

반대 이유로는 ‘보편적 지원보단 취약 계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71%·중복 응답)가 가장 많았다. ‘지원금의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35.5%), ‘과도한 재정 지출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16.1%)를 꼽은 답변도 많았다. 반면 찬성한 2명은 ‘소비 진작 효과’와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 상생 효과’를 각각 이유로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지역 화폐’ 정책의 경우 긍정·부정적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반대’(54.5%)가 우위를 보였다. 다만 찬성 측에선 ‘재정 지출을 제약한 상태의 제한적인 발행 찬성’(39.4%), ‘일정 금액까지는 찬성’(3%) 등 일정 조건을 전제로 한 제한적인 찬성 답변이 전부였다. 무조건적인 찬성에 답변한 전문가는 없었다.

지역 화폐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특정 계층에 혜택이 몰리고 혈세 낭비를 야기한다’(33.3%)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이 주로 지역 화폐를 구매해, 이들에게 할인 등 혜택이 집중된다는 취지다. ‘효과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이들도 20.6%에 달했다. 제한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24.2%)고 대답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강민주 ING은행 부문장 ▲강성진 고려대 교수 ▲고태봉 iM증권 상무 ▲곽노선 서강대 교수 ▲김상봉 한성대 교수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전망총괄 ▲김진일 고려대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 ▲박선영 동국대 교수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교수 ▲유종민 홍익대 교수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 ▲이근 서울대 교수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이종화 고려대 교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허준영 서강대 교수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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