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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강하구 이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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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鴻島). 아파트 장벽은 이 땅을 가두어 놓았다. 거미줄 도로는 이 터의 사방을 조각냈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기름진 터전은 콘크리트와 창고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젠 기러기도 개발에 밀린 홍도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간신히 이 너른 곡창을 지켜왔던 재두루미는 올겨울 지금까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 15년 전 김포 홍도평야를 찾은 재두루미 가족들이 아파트를 너머 잠자리를 향해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 15년 전 김포 홍도평야를 찾은 재두루미 가족들이 아파트를 너머 잠자리를 향해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홍도의 앞날이 아득하다.

한강하구 언저리에 있는 홍도는 애초 갯벌에서 자라는 나문재로 뒤덮였던 황무지였다. 영근 나문재의 때깔은 붉은색. 이 너른 들판이 나문재 빛으로 발그레하자 붉을 ‘홍(紅)’자를 따서 ‘홍도(紅島)’라 이름 지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홍도의 이름도 세태의 변화를 받아냈다. 10만㎡ 갯벌에 벼농사가 시작됐다. 임진강과 서해 물이 실어 나른 토사가 한강하구에 쌓이면서 농토를 일군 것이다.

홍도평야에 알곡이 떨어지자 기러기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를 찾아 수천 마리의 기러기 떼가 홍도에 내려앉았다. 이때부터 기러기 ‘홍(鴻)’자, 지금의 ‘홍도(鴻島)’로 바뀌었다.

▲ 재두루미 무리가 홍도 평야 논에서 먹이를 먹는 와중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인천일보DB
▲ 재두루미 무리가 홍도 평야 논에서 먹이를 먹는 와중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인천일보DB

그러던 홍도평야에 위기가 닥쳤다. 한강하구에 신도시가 세워지고, 도로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가지화 지역과 농사를 거부한 나대지가 산과 농경지를 갉아먹었다. 손 타지 않았던 신곡수중보~한강하구나 장파리~임진강 하구 등지에서 개발의 굉음이 더욱 요란했다. 남북 교류 활성화로 접경지역 개발지원이 확대되고, 수도권 균형발전 요구가 거세지면서부터였다.

국토이용계획체계의 전면조정과 함께 한강하구 주변 지자체는 도시기본계획과 관리계획을 새로 짜면서 이런저런 개발계획들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역시 한강하구가 서 있다. 신도시다, 택지개발이다, 거기에 산업단지 조성계획까지 끼워 넣었다. 계획인구는 종전보다 2~3배 이상 늘려 잡았다.

김포시만 해도 신곡·장기·양곡·마송지구 등 택지개발 사업이 줄지었다. 파주에서 교하·금촌1·금촌2·운정 지구 등의 개발이 앞다퉜다. 고양에서도 일산2·풍동·해인2·덕이·식사지구 등 신도시 개발 바람이 거세졌다. 이들 사업 터는 대부분 관리지역이나 농림지역, 자연녹지 지역이다. 새들의 먹이 공급처인 논이 끊임없이 메워지고 사라졌다.

▲ 각종 개발사업으로 홍도평야 주변에 소규모 공장과 창고가 들어서고 있다. /인천일보DB
▲ 각종 개발사업으로 홍도평야 주변에 소규모 공장과 창고가 들어서고 있다. /인천일보DB

홍도평야를 한가운데 놓고 국도 우회 노선과 전철, 고속화도로 등 각종 도로 개발 사업이 거쳐갔다.

김포시 우회도로가 홍도평야를 동강 내 가로 질렀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홍도평야 안은 작은 샛길과 함께 소규모 공장과 창고가 들어섰다. 비닐하우스부터 패널로 지은 작은 공장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속속 자리를 차지했다.

홍도평야 바깥쪽으로는 한강의 스물일곱째 다리 일산대교가 가로 질렀다. 김포시 우회도로, 한강 남쪽 제방 도로 6차로가 확장됐다. 김포 양촌산업단지, 파주시의 LCD산업단지·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문산 LCD산업단지가 한강하구 곁을 파고들었다. 재두루미가 찾지 않는 재두루미 도래지, 홍도의 숨이 가냘프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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