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 건설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이 일곱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해, 199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를 기록했다. 수년 뒤 건설 실적으로 나타나 건설기성의 선행 지표로도 불리는 ‘건설 수주’는 공공 수주가 떠받치는 모습이다. 정부는 건설 투자가 내년 하반기에나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5월(-4.6%)·6월(-1.5%)·7월(-0.3%)·8월(-2.2%)·9월(-2.0%)·10월(-4.1%)·11월(-0.2%) 등 7개월째 줄어든 것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오랜 기간 감소한 것이다.
◇ 건설기성 최악, 건설수주는 ‘공공’ 덕에 호조
기재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마감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감소한 측면이 있고, 일부 아파트 마감 공사가 덜 반영된 영향도 있다”며 “다만 감소 폭이 0%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 안 좋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수주 성적은 좋았다. 지난달 건설수주(경상)는 건축과 토목에서 모두 수주가 늘어 전년 동월 대비 62.9% 증가했다. 수주는 통상 4~6분기 후 건설기성에 영향을 주는 만큼, 향후 건설 투자 실적에 있어선 긍정적인 신호다.
이런 건설수주 호조에는 정부 역할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수주를 발주자별로 살펴보면 공공이 전년 대비 207.6%나 늘었고, 민간은 17.1% 증가했다. 반면 민자는 96.8% ‘감소’했다. 민간 분야에서 부진한 건설수주를 정부가 떠받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볼륨이 큰 민간 건설 이외에, 고속도로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토목 공사의 경우 기존 계획보다 서둘러 진행하면 건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최대한 앞당겨서 빨리하는 등 정부도 (민간 쪽에서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보강해 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 실적·수주간 온도 차는 경기 동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p) 하락했는데, 여기엔 건설기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대로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1p 상승했는데, 여기엔 호조세를 보인 건설수주액이 반영됐다.
정부는 좋아지는 건설수주 현황을 고려할 때 내년 하반기엔 ‘건설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건설수주가 좋아지고 있다”며 “4~6분기 시차를 두고 실적에 영향을 미친단 점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건설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그나마 괜찮았던 소매판매, 탄핵·항공기 사고에 먹구름
지난달 산업활동동향에는 건설 투자뿐 아니라, 생산과 설비 투자 지표도 부진한 성적이 담겼다. 쇼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와 온화했던 날씨 덕을 본 소매판매를 제외하곤 산업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대개 좋지 못했다.
특히 제조업을 포함한 전(全)산업 생산의 경우, 업종별로 ‘극과 극’의 성적을 보였다. 우리나라 산업 생산을 지탱하는 한 축인 반도체의 생산지수(계절조정지수·2020년=100)는 175.2를 나타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또 다른 축인 자동차는 전월 대비 5.4% 감소해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경기 지역 폭설로 인해 완성차 수출에 차질을 빚은 데 더해, 현대트랜시스 등 자동차 관련 업계의 파업 여파까지 겹쳐 생산이 줄었다. 승용차 소비도 덩달아 줄었다.
3개월 만에 반등해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소매판매는 이달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월은 탄핵 정국과 항공기 사고 등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던 때인 만큼, 소비 심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시간을 두고 데이터를 살펴봐야 한다”며 “과거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유사 사례도 함께 참고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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