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에 휩쓸려 고초를 겪었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국무총리의 권한대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역할을 맡게 됐다.
국가 경제 비상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길목으로 향하는 헌법재판관 임명권한까지 최상목 부총리의 몫이 됐다.
최 부총리는 1963년생 서울 출신으로, 오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 이명박 정부 때 기재부 미래전략정책관·정책조정국장·경제정책국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금융과 거시정책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모두 경험한 드문 이력과 깔끔한 일 처리로 ‘미래의 경제부총리감’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최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2016년 1월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했던 경력에 발목이 잡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밑에서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던 탓이다. 기소는 피했지만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에 기재부 1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간사로 발탁돼 경제정책 청사진을 그리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거쳐 지난해 12월에는 불명예스럽게 떠난 친정 기재부의 수장으로 6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 결정에 반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밝혔다. 직후에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일명 F4 회의)를 소집하는 등 계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안간힘을 썼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탄핵 정국 경험은 이번이 세번째다. 처음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증권제도과장으로 근무했을 때다. 관가에서는 “관운이 탄핵과 기구하게 얽혔다”는 말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부총리에게도 즉각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라고 압박할 태세다. 임명하지 않으면 다시 최 부총리에게도 탄핵안을 들이밀 가능성이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일부 기자들을 만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에 준하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하기는 어려운 처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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