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올 한 해 본격적인 재편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4년 만에 마무리되면서다. 양사의 기업결합으로 항공기 226대를 운용하는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숙제는 남았다. 마일리지 통합, 신규 로고 적용을 비롯한 화학적 결합을 거쳐야 한다.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분주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지각변동에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들이 생겨났다. 국내 호텔·리조트 기업 대명소노그룹의 LCC 지분 매입도 관심이 모아졌다.
우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올해 11월 말 가장 큰 고비로 여겨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 결정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 법무부(DOJ)의 결정이 남았지만 DOJ의 경우 승인 여부가 아닌 독과점 소송 제기가 없을 경우 승인으로 간주한다. EU 집행위의 최종 승인 이후 DOJ의 반독점 소송 등 이의제기가 없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위해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으로부터 모두 승인받은 것으로 간주했다.
이후 올해 12월 11일 아시아나항공이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억3157만8947주 취득을 위한 납입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취득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다음날인 12월 12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으로 수송 규모 면에서 항공기 226대로 186개 노선을 운항하는 세계 10위권의 메가 캐리어로 거듭나게 된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마일리지 통합, 신규 로고 적용,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 선임 등 물리·화학적 결합을 거칠 예정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기업결합 마무리 직후인 12월 13일 제1터미널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정비·운항, 객실·여객 서비스 등 현장 부서를 비공식 방문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만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소통 행보에 나섰다.
조원태 회장은 12월 16일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5개사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6곳의 임직원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한진그룹이라는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됐다”며 “서로 맞춰 가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하고 극복해야 할 과정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는 믿음직한 가족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으로 나머지 항공사들도 변화를 맞게 됐다.
우선 티웨이항공은 유럽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게 됐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여객 4개 노선을 넘겨받았다. EU 집행위가 내세운 기업결합 조건에 대한 이행이었다. 이로써 티웨이항공은 올해 5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시작으로 올해 5개 유럽 노선을 운항했다.
또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5월 대한항공과 인터라인 협약을 맺고 미주 출발편 항공권 판매를 시작하며 미주 노선 연계 운항을 확대했다. 이는 DOJ가 우려를 제기한 미주 노선 독과점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부문을 품게 됐다. 이 역시 EU 집행위의 기업결합 조건 중 하나였다. EU는 2023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 화물 운송 부문의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으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합쳐지는 ‘통합 LCC’ 탄생이 예고됐다.
나머지 LCC들도 분주했다. 특히 대명소노그룹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졌다.
대명소노그룹 계열 리조트·호텔 운영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티웨이항공 2대 주주였던 JKL파트너스로부터 지분 26.77%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10월에는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이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 26.95%의 절반가량을 47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잔여 지분은 오는 2025년 6월 이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해당 거래를 마치면 소노인터내셔널은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가 된다.
대명소노그룹은 LCC 지분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LCC지만 미주, 유럽 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만큼 자사 해외 리조트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은 김이배 대표가 인수합병(M&A)을 시사하며 통합 LCC에 따른 변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이배 대표는 올해 7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항공산업 구조 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모펀드들이 투자자로 항공사에 들어갔으니 언젠가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그 시점을 알 순 없지만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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