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김 석 기자= 국제 정세 불안과 각국 국방 예산 증가 등으로 전 세계 방위산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신흥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가 이런 경쟁 구도속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방산 시장 현황
세계 주요국 정부들은 국방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센터(SIPRI)에 따르면 세계 국방비는 2014년 1조7760달러에서 지난해 2조4430억 달러로 10년 새 38%가 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외에도 세계 질서가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각국이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 때문이다.
군사 및 방위산업 분야 정보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표하고 있는 영국의 ‘제인스 연감(Jane’s Yearbook)’에 따르면 전 세계 국방예산은 2025년부터 2032년까지 1%대의 증가율을 꾸준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을 타고 2020년 30억 달러 수준이던 우리나라 방위산업체들의 수출은 2021년 73억달러, 2022년 173억달러, 지난해 130억달러로 급증했다. 수출 규모가 세계 8위로 시장 점유율이 2% 정도다.
하지만 이런 추세를 활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 튀르키예와 이스라엘도 있다.
튀르키예는 방산 수출액이 2022년 40억 달러, 2023년 60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점유율이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1.6%를 기록하며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무인 항공기(드론)인 바이락타 TB2와 장갑차 오도카르 코브라, 미사일 등이 주력 제품이다.
이스라엘 역시 무인항공기 헤론과 헤르메스 시리즈, 미사일 시스템 아이언 돔, 장갑차 메르카바 등을 주력으로 2022년 수출 규모 125억 달러,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시장 점유율 2.3%의 세계 10위 방산 수출국 기록을 가졌다.
이들 국가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안보 환경 악화라는 호재 덕을 보고 있다. 따라서 세계 안보가 안정되는 국면이 오면 수출이 자연 감소하게 되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경쟁자
세계 방산시장을 움직이는 전통적 강국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이다. SIPRI의 2023년 연감을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전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40%, 러시아가 16%, 프랑스 11%, 중국 5.2%, 독일 4.2%, 이탈리아 3.8%, 영국 3.2%, 스페인 2.6%, 한국 2.4%, 이스라엘 2.3%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무기 수입의 각국 비중은 인도가 11%로 가장 높고 사우디아라비아 9.6%, 카타르 6.4%, 호주 4.7% 중국 4.6%, 이집트 4.5%, 한국과 파키스탄 3.7%, 일본 3.5%, 미국 2.7%였다.
이런 수입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시장에 전통적인 강국들과 한국, 이스라엘, 튀르키예와 같은 신흥국들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여기다 무인(無人) 기술과 미래 시장인 우주 무기와 관련한 첨단기술 개발 경쟁도 불붙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의 최근 전쟁에서 보듯이 무인기(드론)는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이에 군용 드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이 방산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또 유무인 복합체계(MUN-T)나 무인 군함 개발에도 각국이 공을 들이고 있다.
우주 기술과 관련해선 미국 정부가 우주군을 창설하고 록히드마틴이나 스페이스X 등의 민간 상업용 솔루션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이다. 민간 기업들도 합병을 통해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데 나서고 있다.
군용 에너지와 레이저 무기를 팔아온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와 항공우주 분야 제조업체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TC)는 2020년 합병을 통해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라는 이름의 세계 2위 규모 항공 방산업체로 변모했다.
한국 방산의 장단점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강점은 ‘가성비’와 ‘빠른 납품속도’로 요약된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관계 아래에서 장기간 반복적으로 진행돼온 고강도 군사훈련을 통해 무기의 실전 능력이 검증된 상태에서 가격은 경쟁국 제품들보다 싸다.
우리나라 대표 방산수출품인 K9 자주포의 경우 경쟁 품목인 독일 PzH2000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삼일Pwc 보고서 ‘키워드로 보는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 2024년 7월 발간)
또 우리나라 방산기업들은 유사시 생산량 확보를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장 자동화를 이뤘기 때문에 생산 비용 절감 뿐 아니라 빠른 납품이 가능하다. 지난 2022년 폴란드에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을 계약 체결 4개월만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납품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수출이 폴란드 위주로 이뤄되고 있어 한계로 지적된다. 폴란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개국 중 72%였고 지난해에도 12개 대상국 중 35%로 여전히 의존도가 높았다. 따라서 중동이나 아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 지역에선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국 무기도입에 대한 견제가 확산되고 있어 수출에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방산제품은 ‘화력’ 부문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지난해 노르웨이의 차기 전차 도입사업에서 현대로템의 K2전차가 높은 테스트 점수를 받고도 독일의 레오파르트에 고배를 마셨다.
올들어 영국에서도 차기 자주포 도입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지 자회사까지 설립하며 노력했지만 K9 자주포 대신 독일의 차륜형 자주포가 채택됐다.
핵심 기술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점도 우리 방산의 한계로 지적된다. 지대공 미사일 체계인 천궁이나 KF-21 전투기 개발은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이전 받은 핵심 기술이 토대가 됐고 무기 수입을 하는 대신 ‘절충무역’의 형식으로 이전받아온 기술들이 국산 무기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주무기 등 첨단기술 개발 분야에서 국내 역량이 부족한 점도 단점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무기체계 분야 내 기술수준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우주무기체계의 기술력은 최고 선진국 대비 70% 정도인 중진국 수준으로 평가됐다.
방산 시장에선 신제품뿐만 아니라 기존에 배치된 무기체계들에 대한 ‘유지·보수·분해조립(MRO)’ 분야의 부가가치도 크다. 이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려면 무기 부품의 국산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국산화율은 2021년 77.2%로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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