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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_Pub: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 “좋은 홍보가 좋은 회사, 좋은 사회 만든다”

투데이신문 조회수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사진제공=본인]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사진제공=본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20년 전인 지난 2004년. 현대자동차그룹은 한보철강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현대그룹 차원에서 한보철강 인수 추진은 일관제철 사업 진출을 위한 다섯 번째 도전이었다. 

충청남도 당진시에 위치한 한보철강은 1997년 1월 부도 처리된 이후 법정관리 중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한보철강을 인수해 그 자리에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제철소를 통해 그룹 내 자동차, 조선, 철도차량 등에 필요한 고급 철강재를 생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004년 3월 현대제철에 홍보팀 신설을 지시했다. 그룹의 명운이 달린 신사업 진출에 성공하려면 홍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는 신설된 현대제철 홍보팀의 팀장을 맡아 2020년 퇴임 때까지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매출액이 2조6000억원에서 27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현대제철이 생산한 고급 철강재는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김 대표는 ‘나의 성장=회사의 성장=국가의 성장’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다. 퇴임 후, 그는 이 같은 성장이 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ESG 경영’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란 책을 내고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Q.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를 집필한 계기는 무엇인가.

흔치 않은 내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건설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를, 우리나라의 산업사 측면에서는 철강산업이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 전환하는 기회였다. 이런 의미를 지닌 시기에 홍보 업무를 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글로 옮기는 동시에 기업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철학, 경영관, 사회관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미지제공=투데이펍]
[이미지제공=투데이펍]

Q. 회사의 홍보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 부서인가. 

책에서도 소개했는데 세계적인 홍보대행사인 ‘버슨마스텔러’의 창업자, 헤럴드 버슨 회장의 격언이 홍보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버슨 회장은 “첫째, 홍보팀은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는 기업의 센서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기업 내외부의 커뮤니케이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평소 이러한 과제를 잘 내재화한 회사는 홍보 이슈에 대한 대처도 잘할 수 있다. 

Q. 오랜 홍보 경험에 비춰볼 때, 사회초년생이 ‘홍보맨’이 되고자 한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겠는가.

기업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사회의 발전, 제국주의 시대, 1·2차 세계대전 발발, 공산권의 붕괴, 미국 달러 체제의 지속 등 역사의 흐름 뒤에는 기업이 있다. 기업이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잘 실현하는지가 세계사의 진화와 퇴보를 좌우했다. 다만, 기업은 시대에 따라 그 규모와 형태가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좋은 기업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홍보맨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러한 기업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홍보를 할 때 자기 조직과 사회적 가치 지향 사이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문학 관련 독서를 많이 하길 권한다. 이와 같은 토대가 마련된 상태에서 홍보일에 전념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

Q. 홍보 업무를 하다 보면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대처했나.

돌발상황은 대부분 회사에 부정적인 내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부와 외부 두 영역에서 각각 대처해야 한다. 

우선 언론을 포함한 외부로는 미확인 보도를 자제하도록 먼저 연락해 상황을 알려야 한다. 홍보 부서에서 상황을 숨기거나 일시적으로 부인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대처는 결국 큰 후과를 초래하게 된다. 평소 기자들과 신뢰가 쌓인 상태라면 기자들도 회사의 입장을 기다려 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대언론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종종 회사 관계자들이 여러 언론에 정보를 노출하거나 제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잘 관리해서 대외 메시지가 홍보팀 한 곳에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또, 평소 위기대응 홍보 매뉴얼을 만들어 자주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홍보팀이 최고책임자는 물론 각 부문 책임자와도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역량과 존재감을 갖춰야만 한다.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사진제공=본인]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사진제공=본인]

Q.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노하우가 있는가. 또,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회사의 브랜딩과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가장 먼저 ‘사회의 가치 지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가치 지향과 회사 사업 사이의 연결점을 찾아야 한다. 

홍보팀장으로 재직할 때, 철이 40회 이상 재활용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순환하는 방식에 착안해 사보(社報)인 「푸른 연금술사」를 만들고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얀 베트르랑을 주인공으로 하는 홍보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의 자원순환형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 20년 동안 「푸른 연금술사」에 기고해온 필자 대부분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회사의 보이지 않는 우군 역할을 해오고 있다.

홍보맨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 구축이다. 평소 기자들이 ‘저 홍보맨은 진솔하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준다, 물 먹이지 않는다, 무엇이든 상의하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려면 홍보맨이 회사 내부 정보뿐 아니라 산업계 정보와 다양한 사회인문학적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책에서도 강조했듯 독서가 최고의 자산이다. 상대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도 결국 폭넓은 정보력과 깊이 있는 현실 인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쌓은 신뢰로부터 나오게 된다.

Q. 현대차그룹 정도의 대기업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홍보가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데.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가 홍보 이슈에 잘못 대처하면 회사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홍보를 잘하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결국, 판단은 회사의 최고결정권자가 할 일이다.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는 기업일수록 공통으로 홍보조직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평소 홍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내부 홍보자산 축적이 미비하다 보니 상황 대처를 잘 못 하게 되는 것이다. 

홍보자산은 내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CEO의 홍보에 대한 철학과 인식이 더 중요하다. CEO는 회사 조직이 끊임없이 인지감수성을 높이도록 주문해야 한다. 축적된 홍보자산이 풍부한 회사는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기회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홍보자산이 열악한 회사는 위기마다 부실하고 부적절한 대응으로 첩첩산중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요즘 어려움에 처한 몇몇 대기업 역시 홍보 실패로 불필요하게 이미지가 나빠지고 투자자 관계가 냉각돼 금융시장 역시 돌아서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홍보가 좋은 회사를, 좋은 회사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 나쁜 홍보는 회사와 사회를 상하게 한다.

Q. 기자가 양질의 기사를 작성하려면 출입처를 상대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이 또한, 신뢰가 중요하다. 초임 기자들의 큰 실수 중 하나가 출입처에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어떤 취재사항을 입수하면 출입처에 확인해야 한다. 출입처가 긍정 또는 부정할 때 보이는 태도 역시 중요한 판단의 요소가 돼야 한다. 신뢰가 쌓이면 출입처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부정할 때도 그 기자가 오보를 내지 않도록 약간의 낌새를 노출하기도 한다.

Q. 시대의 변화에 맞춰 언론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데 바라는 언론상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회의 가치에 입각해 출입처를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팩트를 데이터 기반의 논리로 엮고 이를 정확한 타이밍에 보도해야 한다. 그래야 출입처의 행동 양태가 바뀌고 결국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더 큰 걱정거리는 ‘정파성’이다. 시대의 변화가 낳은 언론의 병폐 중 하나가 ‘정체성’보다 ‘정파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사와 칼럼의 구분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언론사의 창립 이념에 따라 정파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렇지만 팩트에 기반한 보도에 지면이 할애돼야 하고 정파성이 있는 내용은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표현돼야 한다.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사진제공=본인]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사진제공=본인]

Q. ESG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운이 좋아 사회의 발전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국민연금도 사회생활 시작할 때부터 가입이 가능했다. 대기업 임원 생활도 10년 이상할 수 있었다. 입사 당시 매출액 2조원이던 회사는 퇴직할 때 매출액 27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회사의 성장과 국가의 성장이 나의 성장과 일치하는 삶을 누렸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쌓은 탑의 높이보다 더 긴 그림자가 생겼고 그 그림자가 생태계를 파괴해 쌓은 탑의 밑바닥을 침식시키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얻은 것들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사회가 당면한 이슈에 대해 어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해서 제도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에 재능기부를 하고자 한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회사에 집중하다 보니 기후, 환경, 전력, 노동, 중대재해, 사회복지, 거버넌스 등에 관심을 두게 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퇴직한 뒤에도 이들과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또, 홍보 업무를 오래 한 관계로 언론인들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Q. ESG경영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거버넌스(G, Governance)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돼야 친환경 경영(E, 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 경영(S, Social)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거버넌스는 무시하고 사회적 책임은 봉사나 기부 등과 혼동하고 있다.

친환경 경영은 모든 회사가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의 에너지 정책과 전력산업 구조에 좌우된다. 기업이 RE100을 하고 싶어도 전력시장이 낙후돼 못하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시다.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해 기업들의 탄소 절감도 그 진척이 더디다.

이런 현실에서 이상적인 ESG경영을 해내기는 어렵겠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있다. ESG경영의 본질은 모범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임을 이해하고 계속해서 사회의 눈높이에 기업활동을 맞춰 나가야 한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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