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이 ‘손안의 달력’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 달력들의 몸값이 높기만 하다.
이달 초부터 서울 시내 여러 은행 앞에는 일찌감치 신년 달력이 모두 소진됐다는 공지문이 나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휴대폰으로만 은행 업무를 보다가 달력을 받고 싶어서 오랜만에 은행에 들렀는데 없었다”, “은행 문 열자마자 들어가서 간신히 받았다” 등의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은행 달력은 돈을 부르고, 병원이나 약국 달력은 아프지 않게 하며 보험사 달력은 사고를 피하게 한다는 등의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달력을 일종의 부적으로 보는 것”이라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불안 요소가 커지면서 시민들이 운에 기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중 최고 인기 달력으로는 한국조폐공사의 신년 달력이 꼽힌다. 문제는 일반인은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명 ‘돈 달력’은 5만원 지폐부터 동전, 기념주화 등 실제 화폐 도안으로 구성됐다. 올해는 약 1만 6천 부가 제작돼 주요 관계기관에 무료로 배포됐다.
“어디서 구할 수 있냐”는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돈 달력’을 웃돈 주고 구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에서도 한국은행 달력을 찾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판매용이 아니다. 매일 한 장씩 넘기도록 만든 일력도 인기다. 디자인과 목적에 따라 크게 굿즈용, 교육용, 자기계발용으로 나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일력은 MBC TV ‘무한도전’의 20주년을 기념해 명장면을 모아 특별 제작한 일력이다. 지난 11일 사전예약을 받은 교보문고 사이트에는 이용자가 몰려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그날의 점심 메뉴를 추천해 주는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의 일력도 있다. 매일 달력을 뜯으면 ‘먹을 복’이 생긴다며 화제다. ‘이은경의 어휘 일력 365’는 매일 한 장씩 넘기면서 일상 속 어휘와 어원, 유의어, 반의어 예문 등을 볼 수 있어 문해력을 높일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목스님의 아침 편지 일력’, ‘성경 말씀 묵상 일력’ 같은 종교 달력도 꾸준히 찾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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