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 슛 때문인가? 아니면 중국 또는 정치행위 때문인가? 미국 남자프로농구(NBA)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그 원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미국 매체들은 “거의 아무도 NBA를 보지 않는 시대”라는 혹독한 비판도 한다. 올해 NBA 중계방송 시청률은 지난해보다 25% 줄었다. 급락이었다. 지난 12년 동안 무려 48%나 줄어들었다. 관중 수도 경기당 평균 약 1만7,000 명. 오랫동안 1년에 1%도 늘지 않는다. 가장 인기 높은 미식축구(NFL) 약 6만9,442 명의 24% 수준.
NBA 결승전 가운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은 1998년 마이클 조단의 시카고 불스와 칼 멜론의 유타 재즈 경기가 기록했다. 시청자는 평균 약 3,580만 명. 이에 비해 2024년 결승전 평균은 약 1,130만 명으로 3분의 1. 황금기와 비교가 안 된다. 위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승 감독도 보지 않는 NBA…“3점 슛이 주범”
23/24년 우승한 보스턴 셀틱스 감독 조 마줄라는 최근 “(텔레비전의) NBA 경기에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것을 본다”고 했다. 우승 감독이 이럴진데 누가 보겠는가?
그러나 NBA 총재 애덤 실버는 시청률이 뚝 떨어진 것은 케이블 텔레비전을 끊고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는 ‘코드 커팅 현상’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스포츠 관람 방식이 새로운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탓으로 돌린다. 상황을 가벼이 여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올해 들어 갑자기 한꺼번에 그렇게 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랜 시간에 걸쳐 미국인들이 프로농구에 등을 돌린 결과다. NBA는 보통 미국인들과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렸다. 실버는 그것을 모른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이 3점 슛. NBA 정규 시합들이 마치 올스타 경기의 ‘3점 슛 경연’처럼 변질됐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수비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거의 3점 슛만 던진다. 농구를 재미없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상황.
“스스로 ‘왕’이라 부르는”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랜트 등이 3점 슛의 문제성을 인정했다. 제임스는 “솔직히 말해 3점 슛이 너무 많다. 뭔가를 해야 한다”며 변화를 주장했다.
2023년 스페인 매체는 1979년 시작된 3점 슛이 15년 사이 NBA에서 폭발 증가한 현상을 조명했다. 초기 26년 동안 3점 슛은 전체 슛 시도의 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05년에 20%를 넘어서면서 10년 25%, 20년엔 40%까지 늘어났다. 15년 사이 두 배 증가한 것.
3점 슛 논쟁은 현대 농구의 끊임없는 변화를 반영한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가 원인 제공자. 그는 지난 10년간 3점 슛을 재창조하며 공격 전략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NBA 3점 슛 평균 성공률 35~36%. 커리의 평균 성공률은 43% 가량.
그의 정밀한 슛과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에서의 득점 능력은 3점 슛을 현대 농구에서 필수 무기로 자리 잡게 했다. 위치에 상관없이 많은 선수들을 자극했다. 골밑 경기를 주로 하던 센터들도 3점 슛 기술을 익히며 변화에 적응했다. 2m10이 넘는 선수들이 자유자재로 3점 슛을 쏜다. 190~200cm 여자 선수들 중 상당수가 골밑 몸싸움을 싫어한다. 센터 대신 3점 슛을 던지는 포워드를 원한다. 감독들의 골칫거리. 중거리 슛과 골밑 돌파는 갈수록 줄고 있다. 농구는 3점 슛의 수학 효율성이 지배하는 시합으로 변했다.
커리는 농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동시에 농구 미래에 대한 중대한 의문도 던졌다. 3점 슛 지배력이 전술의 다양성과 수비의 중요성을 허문다는 것이다.
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센터 중 한 명인 사킬 오닐은 “커리와 골든스테이트가 농구를 망쳤다. 요즘 모든 구단이 오로지 3점 슛만 던진다”고 비판했다.
NBA와 농구를 살리기 위해 3점 슛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거샌 반대는 “결국 경기가 슬램덩크와 3점 슛으로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 틀리지 않았다. 반대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NBA 총재 실버는 이러한 3점 슛 전술이 경기 수준을 망친다고 보지 않는다. 슛 거리를 늘린다든지 등의 어떤 변화도 원하지 않는다. “과거 3점 거리를 조정한 적이 있으나 지금 해결책은 아니다. 줄이면 중거리 슛이 더 많이 나오기보다 골대 아래가 더 혼잡해질 수 있다.” 다만 공격 형태가 같아지면 관중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중국 의존·굴종과 미국 무시
경기 기술 문제 이외에 NBA가 인기에다 신뢰까지 잃는 이유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읽지 못하며, 사회 영향력을 고려한 기본 품위를 갖추지 못한 탓이 크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NBA가 스스로 보통 미국인들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주장.
우선 지나친 중국 의존 행태가 많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23년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들의 중국 호감도는 1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NBA가 돈을 위해 중국을 옹호하고 지나치게 굽실거리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것.
중국은 3억 명 이상의 농구 층이 NBA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BA의 23/24년 수입은 110억 달러 가량. 이 가운데 10~15%가 중국에서만 얻어진다고 추정된다. 중국이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준다. 게에다 구단주 40명이 100억 달러 이상을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니 NBA는 안주한다. 중국 정부를 거스르는 비판만 하지 않으면 된다.
NBA는 25년 중국에서 두 차례 시범 경기를 가질 예정. 19년 휴스턴 로케츠 단장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NBA 경기를 금지한 지 5년 만. “자유를 위해 싸우고, 홍콩과 함께하자”라는 글 때문에 단장은 극진한 사과도 했지만 중국은 중계방송도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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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보스턴의 에네스 칸터 프리덤은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 시진핑을 “잔인한 독재자”로 불렀다. 중국은 모든 보스턴 경기의 방송·인터넷 송출을 차단했다.
그러나 르브론 제임스와 그레그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감독,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 등 평소 “사회정의”를 외치며 정치 발언을 일삼은 이들은 중국의 횡포에 분노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굴종했다. 자신들의 사회정의에 대한 신념을 중국과의 이해관계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묻어버렸다.
오래전부터 농구 관계자들은 NBA에 충고해 왔다: “중국에 의존하는 방식은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버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중국 덕에 수입이 유지되기 때문이라 한다.
“경기를 보지 않는 이유는 선수들의 사회성과 품격 부족 때문”이란 비판도 상당하다. 구단주·감독·선수들의 잦은 정치 발언·행동, 국가·국기에 대한 존중 거부 등이 말썽을 일으킨다. 엄청난 돈을 벌며 호화생활을 누리는 선수들이 사회 약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행태에 식상한 미국인들의 경고가 이어진다. 지나친 문신·각종 피어싱 등이 청소년·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많다.
인기가 그렇게 빨리 떨어질 줄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3점 슛만이 아니다. NBA 전체 인상을 바꿔야 회복할 수 있다. 스스로 생존은커녕 갈수록 사그라지는 한국농구도 NBA 위기를 보며 반성·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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