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뉴스프리존]허정태 기자=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경남 산청과 함양 지역에서 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사건 발생 74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보상 판결을 받았다.
부산고등법원 민사5부(부장판사 김주호)는 23일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유족 1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대한민국 정부에 18억2583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군은 낙동강 이남으로 후퇴하며 유엔군의 참전으로 상황이 반전되면서 이 과정에 일부 인민군이 빨치산 세력과 합세해 지리산 등지에 숨어 있었고, 국군은 이들을 소탕하려던 과정에서 산청과 함양 지역의 민간인 705명이 무차별 학살당했다.
산청 함양 피해자 유족들은 1996년 제정된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에 따라 희생자 유족으로 등록됐으나, 산청 함양은 그동안 국가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심에서 법원은 유족들이 2010년 6월 3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2023년 3월 야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단계다.
또한 2심 재판부는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2022년 10월의 판결을 근거로 원고가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그 시점으로 보고, 유족들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 기준을 설정했다는 실정이다.
사망자 본인에게는 1억원 생존한 사망자의 배우자에게는 5000만원, 부모와 자녀에게는 각 2000만원, 형제자매에게는 1000만원이 지급되며, 상속 관계에 따라 구체적인 배상 금액이 정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판결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김재생 산청·함양 양민 희생자 유족회장은 “74년 만에 첫 국가보상 판결을 받았지만, 유족 732명 중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164명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상고를 비판하며 “정부가 더 이상 유족들을 괴롭히지 말고,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유족들은 이번 판결이 일종의 ‘늦은 정의’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상고로 인해 국민의 사건을 차별하는 대한민국 정부에 유족들의 또 한번의 통곡 속에 또 다른 불평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1심, 2심, 3심까지의 경제적 여유가 없다보니 변호사를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돈 있는 유족’만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제주 4.3 사건의 특별법 제정으로 논란이 많지만, 당시 정부는 국회 특별법을 통해 유족 모두에게 보상금을 지급된 바 있다는 것이다.
산청함양 민간인학살 피해자 유족회 임원으로 오래동안 재직한 일부의 회원은 자기들만의 개인적 보상을 받기위해 고등법원에 개인 변호사를 선임해 승소 판결을 받게 되자 유족회 회원간 갈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보상금 지급은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피해자 가족 모두가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국회법을 많들어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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